콘텐츠바로가기

[서민 두 번 죽이는 임대주택] 정권마다 부침…MB 정부 때 급감

입력 2015-06-14 14:46:15 | 수정 2015-06-14 14:46:15
글자축소 글자확대
OECD 공공임대주택 비율의 절반 불과, 부채에 발목 잡힌 LH
기사 이미지 보기

국내에서 ‘임대주택’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1년이다. 당시 대한주택공사는 서울시 개봉지구에 42.9㎡(13평) 규모의 주택을 ‘1년 후 분양’하는 조건으로 공급하며 이를 임대주택이라고 불렀다. 본격적인 의미의 공공건설임대주택(5년 이상 장기 임대) 공급은 1988년 ‘주택 200만 호 건설 계획(1988~1992)’이 수립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복부인’으로 상징되던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전셋값 폭등 같은 주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자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들고나온 것이 200만 호 주택 건설이었다. 여기에 일반 분양 주택 150만 호 외에 50만 호의 공공임대주택 건설 계획이 포함됐고, 실제 건설된 임대주택도 41만8000호에 달해 계획 대비 83.6%의 공급률을 달성해 냈다.

사업 ‘승인’을 ‘공급’으로 발표

2014년 현재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은 103만898호다. ‘저소득층 등 사회적 소외 계층의 주거 복지’라는 제도 취지에 걸맞게 임대료 수준 또한 매우 낮은 편이다. ‘최저 소득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영구임대주택(소득 1~2분위 대상)의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30%에 불과하고 소득 4분위 이하 대상의 국민임대주택도 시세의 55~83% 정도다.

2013년 9월부터 11월까지 입주를 마친 성남시 백현동(판교 택지개발사업지구)의 백현마을4단지는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461만 원)의 70% 이하 무주택 가구주들이 입주해 있는 국민임대주택이다. 가장 작은 전용면적인 39㎡(12평형)는 임대 보증금 2620만 원에 월 임대료, 즉 월세가 18만 원이다. 전용면적이 가장 큰 51㎡(15평형)도 보증금 442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이다. 월세 30만 원을 전세로 환산하면 약 8600만 원 수준이다. 수도권 내에서 51㎡ 규모의 신규 아파트 전세를 8000만 원대에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이 주거 복지 해결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 확대에 나선 매입임대주택도 평균 10만 원 안팎의 임대료가 책정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서울시 기준).

사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아시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모범 사례로 꼽힌다. 절대적인 임대주택 수(2014년 기준 약 103만 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공공임대주택 비율인 11.5%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약 5%)이지만, 1980년대 후반 들어서야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공급 추세로는 세계적으로 매우 빠른 공급 속도를 유지해 왔다. ‘아시아의 모범 사례’로 꼽히던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건설 사업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 들어서다. 보급 속도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약속처럼 등장하는 공약 사항이다. 해당 사업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16일 올해 총 12만 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12만 호라는 숫자는 역대 정권을 통틀어 최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실제로 공급된 것은 연간 2만~3만 호 정도다. “사업 ‘승인’을 ‘공급’으로 발표하는 것은 정부의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은 이명박 정부 들어 급감하기 시작했다. 임대주택 건설비용 재원의 핵심인 공공주택기금 지원 실적은 2009년 6조1430억 원이었지만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인 2012년 들어서는 4조170억 원으로 급감했다. 사업 승인량이 아닌 실제 공급량도 연평균 4만6607호에 그쳤다. 아파트 건설에 시차가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이마저도 참여정부 시절에 승인된 물량이 상당하다. 박근혜 정부도 ‘행복주택’이나 ‘뉴스테이’ 등 임대주택 확대를 주요 정책 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실제 공급량 축소 추세는 이전 정부와 비교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상황이다.

LH 부채비율 457% 달해

OECD의 평균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11.5%다. 우리 정부도 이 비율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기본 목표다. 정부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곳은 국토교통부이지만 실제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공급의 주체는 LH다. 공공임대주택 건설이 갈수록 줄어드는 배경에는 바로 이 LH의 부채 문제가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LH는 공기업 중에서 부채 규모가 가장 크고 자본금 대비 부채비율도 높은 ‘부채 공룡’이다. 2013년 말 기준으로 LH의 부채는 142조3000억 원에 달하고 이 중 이자를 갚아야 하는 금융 부채가 105조 원을 넘어섰다. 금융 부채비율은 자본금 31조1000억 원 대비 340%에 이른다.

LH가 벌이는 사업은 거의 대부분이 공익을 목적으로 법률에 근거해 추진되는 정책 사업이다. 실제로 LH의 주요 사업인 토지·주택·경제기반·도시재생·국책사업 중 공익적 목적에 따라 법률로 추진되지 않는 사업은 분양 주택 사업이 유일하다.

LH의 부채 증가, 즉 손실 발생의 가장 큰 요인이 바로 공공임대주택 건설이다.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면 지을수록 LH의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LH는 그동안 산업단지·세종시·혁신도시·신도시·택지 개발 등에서 거둔 이익을 공공임대주택 사업에 쏟아붓는 ‘교차 보조’를 시행해 왔다. 임대주택 건설에 따른 부채를 다른 사업에서 거둔 이익으로 보전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유효수요 감소, 원가 상승 같은 구조적 요인에 따라 LH의 자체 자금 조달 능력도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는 고스란히 교차 보조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공공임대주택의 사업비용은 크게 국가 재정과 국민주택기금, LH 자체 자금, 입주민 보증금 등으로 구성된다. 국민임대주택을 예로 들어보자. 58㎡(17.8평)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1가구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은 정부 지원 기준으로 1억700만 원이다. 이를 다시 부담 주체별로 나눠 보면 정부 재정 지원이 3200만 원, 국민주택기금이 4300만 원, 보증금이 2100만 원, LH 자체 자금이 1100만 원이다. 이대로라면 LH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건설 원가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 사업비는 비슷한 규모의 경우 1300만 원이 소요된다(LH 자체 분석). LH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 주체들의 비용은 달라지지 않으므로 결국 LH가 부담해야 할 비용만 애초 정부 지원 기준보다 2300만 원이나 늘어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총사업비 중 LH의 비용 부담 비율은 처음 10%에서 27%로 늘어난다.

더 큰 문제는 빚이다. 국민임대주택 1호를 건설할 때마다 정부의 재정 지원 3200만 원을 제외한 9800만 원이 LH의 부채로 누적된다. 특히 2013년 말 LH의 국민주택기금 부채는 38조1000억 원으로, LH 금융 부채(106조 원)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날수록 LH의 부채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공공임대주택 건설은 주거 복지와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전체 주택 대비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정부 목표인 10% 선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앞으로도 약 100만 호를 추가로 공급해야 하는 실정이다.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끌어 갈 수밖에 없는 LH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 재정 지원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민주택기금의 출자 전환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말한다. 국민주택기금의 차입금 31조2000억 원을 출자 전환하면 LH의 부채가 21.9% 감소하고 부채비율도 457.8%에서 178.4%로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1018호 제공 기사입니다>
  • 네이버 공유
  • 네이버 밴드

POLL

1년 뒤 아파트 가격, 어떻게 전망합니까?

포토슬라이드

HK여행작가 자세히보기 제6회 일본경제포럼 한경닷컴 로그인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