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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없는 직장…지긋지긋한 사내 경쟁…그래도 일해야 한다면 '버텨라'

입력 2015-07-10 18:41:06 | 수정 2015-07-10 18: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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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DB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회사 밖에서는 활기차게 생활하지만 출근만 하면 우울하고 무기력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인 증상은 수면 장애, 과민성 대장염, 만성피로증후군, 손목이나 거북목 증후군 등의 신체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회사 때문에 마음은 물론 몸까지 아파오면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밥벌이를 쉴 수 없는 직장인들은 그저 술을 마시거나, 쇼핑이나 취미 생활을 하거나, 겨우 시간을 내 여행을 다니며 마음을 달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그때뿐이다. 결국 같은 문제로 또 다시 골머리를 썩으면서 시원하게 해결하지는 못한 채 꾸역꾸역 직장 생활을 해나가야 한다.

한때는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고, 그토록 다니고 싶었던 회사를 다니게 되었는데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까? 행복은 커녕 왜 회사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불행한 걸까?

밥벌이의 고단함을 달래주기 위해 팟캐스트에서 '닥터K의 심리 상담소'를 진행했던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힘들다고 쉽게 회사를 그만둘 수도, 일을 놓아버릴 수도 없는 직장인들에게 지금 우리를 힘들게 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와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고 싶었다"면서 <버텨낼 권리(위즈덤하우스)>를 펴낸 이유를 밝혔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문제를 겪는다. 하지만 뾰족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그저 참거나, 모른 척하거나, 그만두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그런 식의 해결은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Q.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정말 다루기 어렵습니다. 주말에 회사 행사가 있으면 약속이 있다고 빠지기 일쑤고 선배나 상사가 야근중인데 신입사원이 퇴근을 하기도 합니다.
윗사람들이 "요즘 애들은 왜 저러는지"하고 혀를 찰때마다 중간에 있는 저는 좌불안석입니다. 아랫사람을 제대로 교육시키라는 뜻인데 말을 한다고 해서 젊은 친구들이 말을 듣는 것도 아니니까요. 한번은 팀원들을 불러서 회사가 어려울수록 합심해야 한다면서 개인 시간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스케쥴에 따라 개인스케쥴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몇몇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할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했더니 "회사에서 야근 수당을 주든지 매출이 좋아지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만들어야지 직원들의 복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서 회사를 위해 충성하라고만 하면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화가 나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그리고 그 직원은 며칠 후 사표를 내고 정말 그만두었습니다. 이제 젊은 친구들 무서워서 충고도 못하겠고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중간 관리자인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외부에서 위협적인 메시지가 오면 인간에게는 본능적으로 반어편향이라는 것이 작용합니다. 개인에게 위협이 되는 정보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자동적 반응을 말합니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그것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율성을 제한한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일단 거부부터 하고 봅니다. 개인의 태도를 통제하려는 리더십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부하 직원의 반발만 살 뿐입니다. 이건 부하 직원이 버릇이 없거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투덜이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방어 편향을 갖고 있습니다. 단지 그것을 어떻게 얼마나 표현하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이죠.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관계가 좋은 사람의 말을 더 따릅니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내가 편한 사람의 말은 쉽게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대합니다. 정당하고 합리적인 지시보다 좋은 관계가 사람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인 것이지요. 이것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원리입니다. 처음부터 윗사람의 지시사항이라고 일방적으로 전하기보다 한번 걸러서 이야기하거나 부드럽게 순화하여 전달했다면 좋았을 겁니다. 스펀지가 물을 머금듯이 한번 물을 품었다가 부드럽게 한 방울 두 방울 흘려보냈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상대방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더라도 일단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여기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것 같아 보여도 우선은 '그럴 수 있겠다'고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주말에 아이들과 놀아야 하니 주말 체육대회는 싫을 수도 있겠다. 그럴 수도 있겠다'하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런 뒤에 "그래도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을 원하다'는 문장에 원하는 것을 채워봅니다. 이 3단계를 평소에 꾸준히 연습해보면 어떨까요. 스트레스 받고 예민해지면 1단계 '그럴수도 있겠다'와 2단계 '칭찬하기'를 건너뛰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 쏟아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관계 지향적 리더십은 사라지고 성과도 떨어집니다. <버텨낼 권리 中>


김병수 교수는 이처럼 쉬운 위로와 막연한 공감이 아닌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풀어나갈 수 있도록 현실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끝까지 버티면서 일을 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본질적인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알려준다.

‘원수는 회사에서 만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이 안 맞는 동료를 만난 경험이 있기에 생긴 말일 것이다. 싫어하는 동료를 대할 때 우리는 마음속으로 그를 향해 부정적인 말을 하거나 폭력적인 상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자기 자신을 자책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이런 사람들에게 김병수 교수는 자책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서 생각을 억제하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충동적인 생각이 자주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자신의 스트레스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스스로를 위로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에서 버틴다는 것은 구차한 게 아니다. 오히려 누구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일하는 사람만의 고귀한 권리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것이 권리임을 알지 못한 채 쉽게 포기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그만두고 싶어 하는 일이, 누군가는 간절히 원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버티며 나아가다보면 결국 문제가 해결되고 잊고 살았던 일의 의미를 다시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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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교수는?

현재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같은 병원 직원상담실 ‘마음지기’ 담당교수로,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고민을 상담하고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코너 ‘닥터K의 고민 상담소’를 진행하면서 많은 직장인들의 고민을 상담해왔다. 직장인들의 사연을 들으며 그들이 회사에서 부딪치는 일과 스트레스의 본질을 밝혀줄 뿐만 아니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이면서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시해주었다. 이 책은 그들의 고민과 그의 답변을 엮은 책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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