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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서막'…30대 그룹 절반 사라질 것

입력 2015-08-16 15:27:52 | 수정 2015-08-16 15: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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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 고강도 구조조정 이어져, 위기 속 기회 잡는 '미래 준비' 필요
한국 기업사의 신화적 존재였다가 한순간 몰락의 길을 걸은 STX그룹(왼쪽). 이에 비해 삼성전자(오른쪽)는 가전과 반도체, 스마트폰 등 끊임없는 주력 사업의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기사 이미지 보기

한국 기업사의 신화적 존재였다가 한순간 몰락의 길을 걸은 STX그룹(왼쪽). 이에 비해 삼성전자(오른쪽)는 가전과 반도체, 스마트폰 등 끊임없는 주력 사업의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5년 이후 한국의 미래에는 어떤 가능성이 펼쳐질까. 앞으로 다가오는 사회·기술·경제·환경·법·정치·제도·종교 등의 국내외 변화들 속에서 어떤 기업이 생존하고 어떤 기업이 몰락의 길을 가게 될까. 필자는 그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의 위기 시작을 예측했고, 2015년 들어서는 현대차그룹의 위기가 4~5년 안에 들이닥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바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 말고도 다른 기업들의 미래에는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이를 예측해 보기 위해서는 한국과 세계의 변화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2015년 을미년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해야 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전망이다. 짧게는 앞으로 5년, 길게는 한국의 미래 30년 방향을 가늠하게 할 ‘방향키’로서의 가장 중요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올 한 해는 다가오는 위기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하는 첫 단추의 역할을 할 결정적 1년이 될 것이다. 옛말에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마지막 단추까지 잘못 꿰게 된다는 말이 있다. 개인·기업·국가를 가리지 않고 모든 경제 주체가 2015년 한 해를 잘못 경영하면 앞으로 30년의 미래가 잘못된 방향으로 어긋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이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경제 위기가 거의 끝나간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버티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그러나 기대는 기대일 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글로벌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5년 현재 절반 정도 지났을 뿐이다. 지난 절반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의 위기였다. 앞으로 남은 절반은 신흥국과 동남아시아 그리고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삼국에 들이닥칠 것이다. 지난 5년이 이웃집의 위기였다면 앞으로의 5년은 우리 집의 위기라는 뜻이다.

한국 기업은 앞으로 10~15년 이내에 두 번의 폭풍우를 지나야 한다. 이 과정에서 30대 그룹 중 절반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라진 자리는 다시 등장한 15개의 대기업이 대체할 것이다. 탈락하는 기업에는 위기이지만 새로 진입하는 기업에는 기회다.

한국 기업의 위기, 아시아의 위기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발생하자 당시 30대 그룹 중 17개가 순위에서 사라졌다.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됐고 거대 은행들도 무너졌다. 대마불사의 신화에 사로잡혀 있던 당시에는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사건들이 일어났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선진국 가입을 눈앞에 두고 1970년 이후 가장 탄탄한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던 한국 경제가 한순간에 난파선 신세가 됐다. 역대 최고의 수출 규모와 무역수지 흑자, 사상 최대의 매출과 흑자, 곧 세계 일류 그룹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찬사를 받던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튼튼한 외화보유액을 자랑하며 위기에 빠진 동남아 국가에 달러를 지원하던 자만심은 간데없이 IMF에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위기는 2009년 이후에도 찾아왔다. 이번에는 아시아가 아닌 세계경제의 한복판인 미국에서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아시아와 신흥국은 지난 5년간의 글로벌 금융 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이나 원자재 수출 국가다. 주요 수출 지역은 유럽과 미국이다. 지난 5년간 미국과 유럽은 금융 위기와 외환 위기가 발발해 소비가 크게 침체됐다. 유럽과 미국 시장 수출 하락분의 일부는 동남아시아나 신흥국 수출을 늘려 채워 왔다.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지 못한 아시아는 위기 극복을 위해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평균 20% 이상 부채를 늘려 가며 급한 불을 끄는 일명 ‘돌려막기’다. 한국의 기업과 가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은행에서 돈을 더 빌려 줄어든 매출과 순수익분을 충당했다. 이런 방법으로 기업은 문을 닫거나 가계는 부동산을 경매로 넘기는 최악의 부실을 겨우 모면했다. 그러나 이와 함께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양적 완화 정책을 실시함에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미래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이미 전조가 시작됐다. 한국 기업사에 신화를 쓰며 30대 그룹에 진입했던 STX·웅진·동양그룹이 사라졌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한국GM·효성·부영·한국가스공사·동부·두산·한진·현대 등이 2012년 기준으로 연결 부채비율이 300%가 넘는다. 특히 현대·한진·동부·두산 등은 좀 더 위험한 상태다. 빠른 속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위험에 직면한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세계경제 침체와 함께 중국 제조업의 추격에 따라잡힌 조선과 건설 업체가 큰 타격을 받았다. 이들 업종의 구조조정은 앞으로 5년 정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몇 년 전 한국의 건설 업체 상위 100개 중 50개 정도는 부도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28개 정도가 부도났거나 워크아웃 중이다. 문제는 조선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석유화학 산업은 이미 시작됐다. 건설과 조선업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으로 예측된다. 2~3년 후부터는 한국의 자랑거리인 전기·전자 업종에서도 이런 사태가 시작될 것이다. 그 후로는 자동차 산업에서마저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과 경제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앞으로 최소 5년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부의 대이동’ 길목을 선점하라

물론 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회도 있다. 전 세계는 2020년 이후 회복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2025~2035년 사이에는 미래형 산업들이 시장을 열면서 전 세계가 제2의 골디락스 국면(높은 경제성장을 이루면서도 물가 상승이 없는 호황 상태)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필자 역시 앞으로 4~5년의 대위기 이후가 수십 년 만에 한 번 오는 대기회라는 것을 직감한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이런 위대한 기회를 손에 쥘 수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

대위기를 대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통찰력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선제적 체질 개선이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 중에서도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기업만이 미래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의 기업들이 미래 산업을 향한 패러다임 전환기에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30년 이후 이른바 ‘환상 사회(Fantastic Society)’라고 불리는 놀랍고 경이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선 3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첫째, 인문학 능력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미래를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수많은 미래의 변화 가능성 중에서 사람이 무엇을 택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진다. 인문학은 바로 ‘사람의 정신’과 ‘사람들의 연결’에 관한 지식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통찰력과 상상력을 미래 인재의 필수 조건으로 꼽고 있다.

미래를 위한 둘째 능력은 경제, 즉 돈에 관한 정보 능력이다. 기술에서 승리해도 경제에서 패배하면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기술의 발달은 경제 흐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기술 발달을 지속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이유로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신기술들은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부유한 국가들이 주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신기술 능력이 미래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전통적인 산업이든 미래 신산업이든 신기술은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능력이다. 전통 산업에서는 생존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며 미래 신산업에서는 부의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장악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이미 3가지 능력을 갖춘 게임 체인저들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능력을 사용해 신산업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추격자들을 향해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미래 부의 대이동 길목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최윤식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장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 BUSINESS 1026호 제공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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