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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근처만 3곳!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취업학원 가보니

입력 2015-10-23 15:42:57 | 수정 2015-10-23 15: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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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시즌만 되면 ‘구직자의 간절함을 악용하는 취업학원이 기승한다’며 여론이 시끄럽다. 정말 우리나라 구직자들은 취업하기 위해 학원을 찾는 것일까? 과연 취업학원에서는 무엇을 가르칠까?! 직접 취업학원을 찾아 강의를 들어봤다.

취업 관련 학원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역 일대.기사 이미지 보기

취업 관련 학원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역 일대.


어릴 때는 발레나 태권도를 배웠다. 중·고등학교, 더 나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또 문을 두드렸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영어가 필수라고 하니 공인 어학성적을 취득하기 위해 다시 찾았다. 대학을 졸업했다. 이제는 더 이상 올 일이 없겠다 싶었다. 그런데, 일자리 찾는 법마저 이 곳, 바로 ‘학원’에서 배워야 한단다.

PM 6:00 취업학원 가는 길

하반기 채용 시즌을 앞두고 무료 취업특강이 열린다는 소식이 있었다. 특강을 듣기 위해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로 나섰다. 한 어학원에서 주최하는 NCS 특별강의였다.

지하철역에서 목적지까지는 200m 남짓, 그 사이에 전단지를 네 장 받았다. 과연 유동인구가 넘쳐나는 강남이구나 싶었다.

걸어가며 전단지 내용을 살펴봤다. 그런데 네 장의 전단지 중 세 장이 취업학원 홍보물이었다. ‘가장 빠르고 정확한… ’ ‘인적성검사 합격 예측 97%’ 등 문구도 꽤나 선정적이었다. 서로 다른 두 학원의 홍보물이었는데, 두 학원은 50m 거리에 나란히 붙어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본래는 어학원이었으나 최근에는 ‘토익=스펙’이라는 고착화된 개념을 활용해 취업대비반도 속속 개설하고 있었다. 강사로는 외부 취업 컨설턴트를 섭외해 운영 중이라고 한다.

PM 6:30 강의 시작

강의 시작 시각인 오후 7시, 약 120개의 좌석에는 이미 모두 주인이 있었다. 간신히 중간의 빈자리를 찾았다. 강의실 뒤편에서 선 채로 강의를 듣는 수강생도 눈에 띄었다.

강의시간은 약 2시간. 1부에서는 NCS라는 새로운 평가기준에 대한 설명과 대비법을, 2부에서는 대기업 입사준비법을 두 명의 강사가 교대로 소개했다. 강사들은 각각 NCS 연구원과 전직 기업 인사담당자라고 소개했다. 강의는 개념 설명과 기업 전형 소개가 주를 이뤘다.

강사들은 옆에 파워포인트 화면을 띄운 채 설명을 이어갔는데, 핵심을 정리한 표나 팁을 주는 문구가 나오면 수강생들은 너도나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셔터 소리 때문에 강의가 잠깐씩 중단되기도 했다.

저녁식사시간과 맞물리는 시간대여서인지 몇몇 수강생의 책상에는 빵과 우유 등 요깃거리도 놓여 있었다. 한 시간이 조금 넘어 1부 강의가 끝난 후 잠깐의 쉬는 시간이 주어지자 수강생들은 준비해온 빵이나 초콜릿을 꺼내 주린 배를 채웠다.

잠깐 강의실을 나와 학원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출입문 바로 옆에서는 학원 직원이 책상을 펴놓고 수강생들에게 종이를 한 장씩 받고 있었다. 처음 강의가 시작될 때 나눠준 설문지였다.

설문지에는 수강경로·만족도 등 전반적인 강의 피드백과 함께 ‘향후 취업강의가 개설되면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문항도 있었다. 맨 아래에는 이름과 연락처도 적도록 돼 있었다. 관련 강의를 개설할 경우 연락을 취하기 위한 의도로 보였다.

구직자들이 취업을 위해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기사 이미지 보기

구직자들이 취업을 위해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PM 9:00 강의가 끝난 뒤

두 시간이 조금 지나 강의가 끝났다. 질의응답시간이 마련됐다. 강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강의에 없던 어려운 내용을 질문하거나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는 수강생도 있었다. ‘강의 내용이 너무 두루뭉술했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었다. 없는 시간을 내서 온 만큼 뭔가 필요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어가려는 몸부림으로 보였다.

그렇게 강의가 마무리 되고, 가가이 있는 다른 학원도 둘러보았다. 이곳 역시 원래 어학원이었지만, 입구에 붙어있는 홍보 팸플릿에는 오히려 취업 강의 지분이 더 많았다. 강의실 사이사이 복도에 놓인 책상에서는 수강생들이 책을 펼쳐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인적성검사 참고서를 푸는 중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또 다른 취업학원 간판이 눈에 띄었다. 강남역 근처에만 대규모 취업학원이 세 곳이나 있었다. 세 번째 학원 입구 안내 데스트의 한 달 강의 일정표를 들여다봤다. ‘일대일반’ ‘추석특강’ ‘4주코스반’ 등 강의 종류도 다양했다.

수강료도 천차만별이었다. 얼추 계산해보니 한 시간에 2만~5만 원쯤 돼 보였다. 안내 데스크 옆 복도의 선반에는 소속 강사들이 집필한 취업 관련 서적이 진열돼 있었다. 강사 인터뷰나 코멘트가 실린 신문기사도 벽에 붙어 있었다. 시간이 되자 트레이닝복 차림에 가방을 멘 학생들이 속속 한 강의실로 들어갔다.

“직접 만난 취업학원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치열했다”

강의 참석 이후 설문지에 전화번호를 적은 때문인지 새로운 강의 개설 안내 메시지가 줄기차게 날아들고 있다. 자소서 시즌엔 자소서 작성법, 인적성검사를 앞둔 요즘에는 삼성 등 대기업의 인적성 관련 강의 소식이 계속 수신된다. 친절하게 기업의 연혁부터 사업영역까지 소개해주는 ‘기업분석’ 강의도 있다.

직접 눈으로 살펴본 취업학원시장은 여론의 우려만큼이나 치열해 보였다. 학원들은 더 빨리, 더 많은 수강생을 모으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고군분투 중이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점점 팽창하는 ‘취업학원시장’, 이 흐름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CAMPUS JOB & JOY 제공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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