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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씨남정기'가 보여준 갑과 을의 단상

입력 2016-04-24 09:20:23 | 수정 2016-04-24 09: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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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씨남정기' 윤상현, 구조조정 대상자 본인 지목
'욱씨남정기' 윤상현, 이요원기사 이미지 보기

'욱씨남정기' 윤상현, 이요원


“차라리 절 자르십쇼.” 남정기(윤상현 분)는 함께 일한 동료의 밥줄을 끊기보단 자신을 희생하기로 했다. 그의 처절한 외침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지난 23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크리에이터 글라인, 연출 이형민, 극본 주현, 제작 삼화네트웍스·드라마하우스) 12회에서는 회사에서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러블리 코스메틱 식구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투자자 이지상(연정훈 분)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러블리 코스메틱 조동규 사장(유재명 분)에게 접근, 투자금을 미끼로 구조조정을 하라고 압박을 가한 상황. 결국 조사장은 직원들에게 구조조정을 발표했고, 커피 한 잔 마시고 휴지 한 장 뽑아 쓰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할 정도로 직원들은 압박받기 시작했다.

구조조정이 현실로 다가오자 러블리 식구들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뜻을 모았지만 이는 말뿐이었다. 밥줄이 끊길까 두려워 직원평가권을 갖고 있는 총무팀 신팀장(안상우 분)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등 각자 살길을 찾아 금세 흩어진 것.

이같은 모습을 지켜보면서 남정기는 자신의 힘으로 구조조정을 막고자 했다. 심지어 “직원들이 잘려나가는 걸 마냥 손놓고 지켜볼 수 없다”며 직원들의 자진 연봉 삭감을 옥다정(이요원 분)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이를 단칼에 거절한 옥다정은 남정기에게 되려 신팀장 대신 구조조정 대상자를 추려낼 직원평가를 덜컥 맡겼다. 남정기는 제 손으로 직원들을 자를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자 이번엔 남정기에게 로비하기 시작하는 러블리 식구들. 남정기는 고민 끝에 “모두들 절박하다. 그들의 절박함을 평가할 자격이 나에게는 없다. 아니, 이 세상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는 거다. 난 몇 점짜리 인간일까. 내 삶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두렵지만 용기를 내고싶다”며 구조조정 대상자로 자신의 이름을 써내고 말았다.

하지만 구조조정 대상이 된 건 남정기가 아닌 워킹맘 한영미(김선영 분)였다. 한영미는 느닷없는 해고 통보에 “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뒤늦게 옥다정이 구조조정 대상자 이름을 한영미로 바꿨다는 사실을 접한 남정기는 책임질 식구들이 많은 가장이기 때문에 자신을 자르지 않았다는 옥다정의 말에 “회사 나가도 괜찮은 사람은 없다. 나도 안 되지만 다른 사람들도 안 되긴 마찬가지 아니냐. 그게 누가 됐든, 함부로 버려도 되는 사람은 없는거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 씁쓸하게 짐을 싸는 한영미에게는 “힘이 없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참혹한 심정으로 “어제까지 같이 일하던 사람을 쓰다버리는 소모품 취급하는 회사. 돈의 힘에 밀려 동료가 쓸려나가는 걸 무기력하게만 보고 있는 나. 이렇게 사는 건 맞는 건가?”라며 자책하는 남정기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우리가 살기 위해 잘라낸 자리는 생각보다 깊고 아팠다”는 남정기의 내레이션이 말해주듯 한영미의 빈자리는 컸다. 러블리 식구들은 혼자만 살아남은 댓가로 그 아픔을 묵묵히 견뎌내야 했다.

이렇게 매회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가 또 있을까. 이처럼 ‘욱씨남정기’는 가볍고 유쾌한 드라마로 출발했지만 자신의 이야기와 대비시켜볼 수 있는 힘있는 현실 공감 이야기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드라마로 거듭나고 있다. 이날 역시 남정기의 애끓는 외침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시청자들을 또 한번 울리고 말았다.

특히 윤상현은 이 과정에서 내공있는 내면연기로 시청자들을 더욱 ‘욱씨남정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는 디테일한 내면연기와 가슴 절절한 눈물연기로 ‘욱씨남정기’ 시청자들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한편 방송 말미 퇴사 후 옥다정을 만난 한영미가 남정기에게 조그마한 회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는 의미심장한 소식을 알리면서 옥다정이 또 한번 사이다 활약을 펼친 게 아닐지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방송에선 구조조정이란 현실 속 답답하고 안타까운 내용이 주를 이뤘지만 13회에선 해고당한 한영미의 컴백과 뿔난 옥다정의 본격적인 반격이 예고되면서 궁금증이 한껏 증폭되고 있다.

버릴 회 차 한 장면도 없이 60분을 꽉 채운 쫄깃 스토리와 주옥같은 명대사, 누구하나 구멍 없는 연기, 섬세하고 감각있는 연출로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꼴갑(甲) 저격 사이다 드라마 ‘욱씨남정기’ 는 매주 금, 토요일 저녁 8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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