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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 세 번째 받아든 김인식 감독

입력 2016-09-05 17:11:44 | 수정 2016-09-05 17: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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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감독. 엑스포츠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김인식 감독. 엑스포츠 제공



돌고 돌아 김인식 감독(69)으로 결정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 김인식 기술위원장을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야구팬들은 김인식 감독 선임에 대해 환영과 함께 우려의 반응을 보였다. 백전노장 김 감독의 단기전 운용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마땅한 대체자가 없어 억지로 등 떠밀리듯 그가 다시 선임된 구도를 원하는 팬들은 많지 않다.

김인식 감독은 2006년 WBC 이후 7번의 야구 국제대회에서 세 차례나 지휘봉을 잡았다. 2017년 WBC는 네 번째다. 한국 야구 감독의 절반을 김 감독이 맡게 됐다. 그는 “구본능 KBO 총재가 다시 한 번 대표팀을 맡아달라고 부탁해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철저히 준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포스트 김인식’에 대한 논의가 없진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이 이룬 성과가 후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잘해도 본전이지만 못하면 망신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 감독에게 의지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2006년 WBC 1회 대회 때 사령탑에 오른 김인식 감독은 4강 신화를 이뤄내며 한국 야구의 증흥기를 열었다. 3년 뒤 열린 2회 대회에선 감독 선임 과정에 잡음이 있었다. 논란 속에 다시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한국팀을 결승 무대에 올려 놓았다. 아깝게 준우승에 머무른 그의 ‘위대한 도전’은 한국 야구사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그해 KBO리그 시즌이 끝난 뒤 김인식 감독은 본업이던 한화이글스 감독직을 내려놓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3년 열린 제3회 WBC는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다. 전년도 1위팀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여론 때문이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이란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은 다음해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WBC 조기 탈락의 수모를 씻었다. 류중일 감독 역시 명예를 회복했다. 하지만 류 감독이 두 대회 연속으로 대표팀을 이끌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소속팀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하는 프리미어 12 대회가 2015년 말 열릴 것으로 확정되자 이 문제는 공론화됐다. 야구계 안팎에서 전임 감독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결국 김인식 감독이 다시 부름을 받았다. 야구 국제대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올라간 상황에서 그는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사양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승으로 팬들의 믿음에 보답했다.

김인식 감독은 프리미어 12가 끝난 직후 “다음에도 불러준다면 감독직을 맡겠지만 젊은 감독들이 맡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KBO의 ‘김인식 의존증’을 다분히 염려한 발언이었다. KBO는 이번에도 김 감독을 다시 택했다.

2017년 WBC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1라운드가 열린다. 김인식 감독이 7년 전 이루지 못한 ‘위대한 도전’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그 여정을 이어간다. 동시에 사령탑 세대교체의 숙제도 이어가게 됐다. 성적이 올라갈수록 차기 감독 선임에 난항을 겪게 되는 딜레마 역시 다시 한 번 풀지 못하게 됐다. 4년 뒤 도쿄에서도 뇌경색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노 감독에게 의지하는 게 아닐지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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