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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연극으로 읽는 그리스고전에서 나를 성찰한다 … 황승경 음악감독

입력 2017-03-07 08:00:23 | 수정 2017-03-07 08: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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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읽는 그리스고전에서 나를 성찰한다.
황승경 음악감독(공연예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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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어수선할수록 지난 시대를 살다간 선인들의 기록을 보며 그들의 발자취에서 새 시대의 희망과 좌표를 얻는다. 그래서 그리스 고전에서 논하는 삶의 아이러니, 매몰된 사유, 왜곡된 진정성에 대한 의문은 2000년이 훨씬 넘은 오늘의 우리를 성찰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개인마다 의미가 상이 할 수도 있고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연극계 고전 레퍼토리에는 젊은 관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사회가 갈구하는 시대정신의 입체적인 반영이 고전을 통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아니 어쩌면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처럼 갈등과 고뇌는 고대 그리스의 사회나 지금 한국사회나 별반 다르지 않다. 어디에서나 공동체 속의 국가적 신념과 개인적 신의는 항상 교차하며 충돌해 중차대한 운명적 갈등을 야기 시킨다. 세상을 호령한 영웅들의 독백에는 예상치 못한 적폐적인 이해관계에 얽힌 탐욕과 간계, 어리석음과 미련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렇게 고전 속 인물 군상들이 내품는 에너지 속에서 우리는 현대사의 여러 조각을 발견하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운다.

그런 맥락에서 올해로 5년째 이어오며 고전문학을 연극으로 읽는 ‘산울림 고전극장’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는 크다. 올해는 그리스 고전을 매개로 4개 극단이 무대에 올리고 있다. 특히 그중 세 번째 공연작인 트로이 전쟁의 히어로 아이아스를 이야기하는 극단 맨씨어터의 ‘아이, 아이, 아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각도로 굴절된 사고(思考) 남긴다.

아이아스는 그리스 연합군의 최고장수로 선봉에 서서 전쟁을 진두지휘했으며 적장 헥토르와 맞설 수 있었던 장수는 아킬레우스를 제외하면 그가 유일했다. 힘과 용맹함으로는 그를 능가하는 승전보를 울린 그리스연합군의 장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매 전투에 선봉장이 되어 살신성인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용장이었다.

문학작품 속에서 그는 그리스 최고의 명문가 적통 집안다운 인간적인 품위보다는 소탈하고 솔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전 자신의 나라 살라미스에서처럼 군사들과 공감을 가지며 소통하기 보다는 권위적으로 계급의 차이를 분명히 했다. 전쟁이라는 특수적 환경이라는 시대의 변화를 등한시한 그에게 쏟아지던 오만하고 교만하다는 편견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런 그가 전리품으로 간직하려했던 사촌 아킬레우스의 무구(武具)를 두고 지략가 오디세우스와 투표를 벌였다. 어쩌면 필패는 당연한 것임에도 그는 이 치욕스러움에 치를 떨며 분노를 주체하지 못 해 가축을 도살하는 등 미쳐 피로 날뛴다. 독자적인 위치를 견고히 하려는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이자 미케네의 왕인 아가메논과 오디세우스가 이를 놓칠 리가 없었고 순식간에 그는 세상의 조롱거리로 추락했다.

존경을 받는 전쟁영웅이 그리스에서 가장 우롱과 야유를 받는 인물로 전락한 것이다. 신에게서 버림받은 아이아스는 처절한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한다. 극중 대사로 아이아스는 “우리 필멸의 인간들이 어찌 자제하는 걸 배우지 않겠는가?”라고 절규한다. 아이아스의 주검을 욕보이고 싶었던 아가멤논은 그의 장례를 불허하지만 오디세우스는 고귀하게 장수의 명예에 합당하게 장례를 치루는 논리를 핀다.

젊은 연출가 한상웅은 아이아스를 연상하며 그리스어에서 탄식하며 울부짖는 소리인 ‘아이, 아이, 아이’로 제목을 달아서 극적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와 다섯 배우들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그리스의 비극작가 소포클레스 작품을 현대적으로 간결하지만 화려하게 재해석하여 관객의 이해도를 높였다.

한 시대를 호령하고 풍미한 세 영웅은 동시선상에 놓여 그들이 가진 고뇌와 탐욕을 고스란히 관객석에 전달했다.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인간이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라는 명제를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또한 필멸의 인간과 불멸의 신이 가지는 차이를 보면서 스스로 신의 가치로 승격되기 위한 본연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만든다. 친딸까지 제물로 바치며 영원한 권세를 누릴 것 같았던 아가멤논은 결국에는 부인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현명한 오디세우스도 갖은 고생을 하며 가까스로 고향땅을 밟게 된다.

아이아스의 아내 테크메사의 대사 “판단력이 모자란 자들은 손에 좋은 것을 쥐고도 모르는 것”처럼 나도 내 손을 못 보고 허공만 쳐다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아무래도 3월의 메마르고 매몰된 정서를 촉촉하게 적셔줄 수 있도록, 고전연극으로 내 손 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나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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