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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 즐기는 6070 "요즘 누가 노땅처럼 게이트볼 치나"

입력 2017-03-17 09:03:29 | 수정 2017-03-17 11: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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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장 이용객 33% ↑
한강공원에 2곳 신설키로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노인들. 사진 전형진 기자기사 이미지 보기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노인들. 사진 전형진 기자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평일 낮이어서 한산한 산책로와 달리 63빌딩 앞 수변은 분주했다. 70여명의 노인들이 한곳에 모여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급한 걸음으로 속속 도착하는 이들은 저마다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 무리에 합류했다. 골프채였다.

“굿 샷!” 노인들 사이에서 갈채가 터져나왔다. 도심 공원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버디 퍼팅. 게임 같은 이야기를 이들은 실제로 즐기고 있었다. 6070 세대의 ‘골프 성지’ 여의도 파크골프장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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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골퍼’ 늘어난다

파크골프는 공원(Park)과 골프(Golf)의 합성어인 이름 그대로 공원에서 즐기는 ‘미니 골프’다. 최근 실버세대에게 생활체육으로 각광받으면서 참여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유료 파크골프장인 노을공원 파크골프장과 잠실 파크골프장 이용객은 2015년 5만6000여명에서 지난해 7만5000여명으로 33% 증가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2배로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간한 스포츠산업백서 따르면 파크골프 동호회는 전국 581곳으로 전년에 비해 106곳 증가했다. 동호인 역시 같은 기간 28% 늘어난 1만9700여명을 기록했다.

파크골프를 즐기는 이들은 대부분 60~70대다. 게이트볼이 실버스포츠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요즘 누가 ‘노땅’처럼 재미없는 게이트볼을 치냐”고 반문한다. 운동도 되고 재미까지 더한 파크골프가 ‘대세’라는 것이다.

황수연 씨(70)는 “20년 동안 골프를 쳤지만 허리가 아파 그만뒀다”면서 “파크골프는 몸에 무리가 오지 않는데다 적당한 운동이 되고 재미까지 있어 이틀에 한 번 꼴로 여의도 한강공원에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정을 다 없애고 이런 걸 만들어야 노인들이 밖에서 운동이라도 하게 된다”며 “그래야 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겠냐”고 웃었다.

김법래 씨(69·가명)는 77세의 이지성 씨(가명)를 가리키며 “다 죽어가던 사람이었는데 파크골프 몇 년 재미 붙이더니 저렇게 살아났다”며 “아니었으면 지금쯤 저승에 계셨을 것”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파크골프 확산은 노인 인구 증가세와 맞물려 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 올해 말 전체 인구의 7%가 65세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한국에 파크골프를 전파한 일본의 경우 초고령사회(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에 접어든 이후 파크골프 인구가 350만명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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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크골프가 뭐길래

파크골프의 경기 방식은 골프와 비슷하다. 18홀을 도는 동안 가장 적은 타수를 기록한 사람이 이긴다. 기준타수는 66타. 공이 페어웨이 밖으로 나가면 오비(OB)로 판정해 1벌타를 받는다.

골프와 차이가 있다면 도구다. 티샷부터 퍼팅까지 86cm 이하의 골프채 하나만 사용한다. 일반 골프 드라이버 4분의 3 크기다. 타구면엔 경사가 없어 공이 뜨지 않는데다 플라스틱 공을 사용해 부상 위험이 적다.

골프를 쳐본 경험이 없어도 파크골프를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다. 59세라고 밝힌 한 여성 골퍼는 “골프장에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파크골프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찾는다”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기 때문에 배우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파크골프장 한켠에서 퍼팅연습을 하던 장애인 부부는 “날이 더 풀리면 휠체어를 끌고 와서 파크골프를 하는 분들도 계시다”고 귀띔했다.

서울 잠실 파크골프장은 잔디 관리를 위해 동절기 휴장한다. 사진 서울시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서울 잠실 파크골프장은 잔디 관리를 위해 동절기 휴장한다. 사진 서울시 제공


◆ “즐길 곳 모자라”…한강공원 내 2곳 신설

진입장벽이 없어 전방위적인 인기만큼 불만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내 사계절 개장하는 파크골프장이 여의도 한 곳뿐이어서 이용객이 지나치게 몰린다는 원성이 거세다.

방달성 씨(69)는 “40명이 정원이지만 서울 각지에서 사람이 몰려 오는 탓에 게임을 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면서 “다른 곳도 운영 기간을 늘려 이용객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4월~11월까지 운영되는 유료 파크골프장 개장 기간을 늘릴 경우 잔디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3월은 잔디가 뿌리를 내리는 시기여서 더욱 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확대 운영을 검토해 봤지만 잔디가 훼손돼 서비스 질이 떨어지거나 이를 복구하기 위해 문을 닫게 되는 시간이 늘어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파크골프장 숫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광나루지구에 한강공원 두 번째 파크골프장을 개장한다. 반포지구 일대에 대해선 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이다. 새로 조성되는 곳들이 연중 무휴로 운영될 경우 여의도의 ‘라운딩 정체’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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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페어웨이 곳곳 잔디가 벗겨지고 그린은 사실상 마사토가 전부인 여의도 파크골프장은 보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잔디를 다시 깔더라도 인근 여의도 샛강이 언제 다시 범람해 훼손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울시 다른 관계자는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 부분이어서 물에 잠길지 모르는 곳에 돈을 들여 재단장 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2011년 침수로 잔디가 훼손된 이후 여의도 파크골프장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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