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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운동선수' 만들기…축구협회 난색에 반쪽짜리 전락 위기

입력 2017-03-20 14:58:17 | 수정 2017-03-20 14: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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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리그 올해부터 'C학점 미만 출전 불가'
축구 U리그 예외 적용 두고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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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자는 대학체육계의 목표가 첫걸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결국 학점 미달인 운동선수들의 출전을 강행시킬 경우 대학 축구리그(U리그) 지원금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엄포가 내려졌다.

20일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강신욱 집행위원장은 “극단적으로는 예산 지원 철회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U리그에 연간 9억여원을 지원하는 KUSF가 대회 파행 가능성까지 감수하고 배수의 진을 친 까닭은 뭘까.


◆ ‘C학점 미만 출전 불가’ 규정 만들었지만…

발단은 ‘정유라 방지법’으로도 불리는 ‘C제로(0) 룰’이다. 올해부터 평균 학점 C 미만인 선수들은 KUSF가 주최·주관·승인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대학 운동선수들에 대한 허술한 학사관리를 바로잡자는 취지다. KUSF에 가입한 93개 대학 선수 1490명 가운데 102명(6.9%)이 이 규정에 따라 올해 대학리그에 참가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 개막하는 U리그에선 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대학까지 생겨났다. KUSF에 가입한 연세대는 축구팀 28명 가운데 절반인 14명이 지난해 C학점에 미달해 사실상 올해 대회 출전이 불가능하다. 일각에선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가 이 대학 체육특기자였던 사실이 알려진 후 학사관리가 엄격해진 까닭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치외법권’도 존재한다. KUSF가 예산을 지원하지만 U리그를 주최하는 곳은 대한축구협회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85개 대학 가운데 34곳은 KUSF 비회원 대학이다. 이들은 C제로룰을 적용받지 않는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엑스포츠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엑스포츠 제공


KUSF는 형평성을 고려해 비회원 대학 34곳도 ‘학점 제한’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KUSF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축구계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KUSF 자체 규정 때문에 비가입 대학의 출전 자격까지 규정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 나랏돈 드는 대회로 ‘제2의 정유라’ 키우나

KUSF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U리그 예산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KUSF를 통해 지급되기 때문에 ‘KUSF 승인 대회’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산 지원 철회 가능성을 들고 나온 배경이다.

대회가 눈 앞에 닥치자 문체부가 나서서 축구협회와 접촉 중이다. 하지만 개막을 나흘 앞둔 이날까지 구체적인 조율은 마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위원장은 “축구협회 일각에선 형평성 문제를 넘어 아예 C제로룰 자체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학에서 C학점을 받는 게 그리 어려운 게 아닌데도 협조에 미온적이다”라고 지적했다.

C제로룰은 2014년 제정 이후 2015년부터 시행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일선 학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1년씩 2번이나 유예한 끝에 올해부터 시행됐다.

진재수 사무처장은 “축구에 선례를 남기게 될 경우 향후 다른 종목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농구 등 종목에도 비회원 대학이 있기 때문에 C제로룰이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진 사무처장은 “다행히 ‘정유라 사태’ 이후 대학들은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하며 불복 움직임까지 보이진 않는다”면서 “축구협회와도 이 같은 큰 틀에서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유라 사태’를 언급한 진 사무처장에게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2013년 문체부 체육정책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승마협회 감사보고서에 최순실 씨(개명 후 최서원)와 그 반대파 모두 문제가 많다는 내용을 넣었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 당해 공직을 떠난 인물이다. 정유라 때문에 옷을 벗은 그가 ‘제2의 정유라’를 막기 위해 나선 것이다.

진 사무처장은 “C제로룰의 궁극적인 취지는 향후 운동에서 낙오하는 선수들이 나오더라도 이들이 사회에서도 낙오하지 않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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