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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한명숙 전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보낸 옥중 편지

입력 2017-05-17 14:41:50 | 수정 2017-05-17 14: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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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한경 DB)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지인에게 '옥중서신'을 보내 "다시 봄바람이 분다"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강기석 노무현재단 상임중앙위원은 17일 페이스북에 "한 전 총리에게서 오랜만에 편지를 받았다"며 서신을 공개했다.

강 위원은 "개인 편지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이 적어도 내 페친들만이라도 함께 읽어 볼만한 것이어서 (지극히 사적인 부분만 제외하고) 공개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징역형을 받은 한 전 총리는 8월 24일까지 만기를 꽉 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어제 검찰총장 김수남은 퇴임사에서 소동파의 시구 ‘인자함은 지나쳐도 화가 되지 않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過乎仁 不失爲君子 過乎義 則流而入於忍人 故仁可過也 義不可過也)’를 인용했다"면서 "개인적인 변명이나 자기방어를 위한 논리라면 몰라도 검찰의 진실을 말 한 것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강 위원은 "(검찰이) 한 전 총리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꼬박 2년 징역을 살리고, 영치금까지 빼앗고, 남편의 통장을 털어 추징금을 징수한 이런 잔인한 짓거리는 검찰이 정의로웠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이명박 박근혜 개노릇했던 검찰은 전혀 정의롭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명숙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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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한명숙 전 총리의 편지.

다시 봄바람이 붑니다
어느 영웅이나 정치인이 만든 봄바람이 아닙니다.
소박한 꿈을 가진 보통사람들과 작은 바램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손에 손을 맞잡고 만들어 낸 역사의 봄입니다.
참으로 든든하고 기쁩니다.
색깔론 북풍 흑색선전이 도저히 먹혀들지 않았던 낯선 선거였습니다.
보수세력 뿐 아니라 우리와 뿌리가 같았던 이들까지 치부를 들어 낸 색깔론은 이제 그 효력이 다 한 것 같습니다.
시민들의 면역력도 한층 강해졌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얻은 큰 소득입니다.
어떤 일이 닥쳐도 꼭 이겨야 한다는 시민들의 맞잡은 손이 끝까지 문재인을 지켜주고 승리를 얻어 낸 그 헌신성과 간절함에 감동 받았습니다.

선거 일주일 전부터는 숨도 크게 쉴 수 없을 정도로 마음조림과 불안감이 몰려 와 홀로 견뎌내기 참 힘겨웠습니다.
혹시나 북한이 핵실험이나 하지 않을지, 온갖 상상을 하며 마음 조렸습니다.
선거 사흘 전부터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 한 것 같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번엔 무슨 일이 생겨도 서로 힘있게 손을 맞잡은 시민들의 강한 의지와 끈을 끊어내진 못 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젠 걱정없습니다.
지금 걷는 길이 비록 가시밭길이어도 두렵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의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위대한 시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맞잡은 그 손을 놓지 않고 끝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서 사람사는 세상으로 가는 길을 놓아 줄 것입니다.

전 봄 지나 여름 끝자락이면 세상과 만납니다.
출소 후에는 되도록 정치와 멀리 하면서 책 쓰는 일과 가끔 우리 산천을 훌훌 다니며 마음의 징역떼를 벗겨 볼까 합니다.

(...)

이제는 험한 길이어도 바보들이 문재인을 지켜서 망가진 나라를 바로 세워 주세요.
전 건강 잘 지키겠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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