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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거너사’ 홍서영, 지난 날들로부터

입력 2017-05-20 12:02:04 | 수정 2017-05-20 1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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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주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후회에서 기회를 찾다.

“저에게 채유나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간다. 시간이 지나면 그 상처가 나을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의 존재는 언제나 두렵다.


“(채유나 역은) 저의 찰나들을 많이 깨우치게 해준? 상처가 생겼을 때 가만히 두면 자연치유가 되잖아요. 근데 막 문지르고 만지면 덧나고 그 상처가 평생 가잖아요. 음... 채유나를 연기하면서 저의 아팠던 순간들을 계속 찔렀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아 나에게도 작지만 아픈 시간들이 있었구나’ 되돌아보게 됐죠. 극중에서 채유나가 성장해 가는데 저도 함께 성장했던 그런 예쁜 추억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많이 역할들을 하고 싶어요. 그 경험들을 통해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무엇을 얻어 갔을까?’하는 그런 궁금증 때문에요.”

이제 막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배우 홍서영은, 첫 드라마에서 만난 캐릭터에서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성장했다.

꿈과 사랑이 가득했던 청량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이하 그거너사)’가 종영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어느 날, bnt뉴스가 홍서영을 만났다.


Q. ‘그거너사’ 마지막 촬영 날 정말 많이 우셨다면서요.

네. 완전 오열했죠. 너무 아쉬웠어요. 정말 좋은 촬영 현장이었기 때문에 놓고 싶지 않았거든요. 지금도 곧 촬영장에 가야할 것만 같아요.

Q. TV매체로 ‘그거너사’가 첫 데뷔작인데 주연으로 나오잖아요. 작년에 했던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때도 400:1의 경쟁률을 뚫기도 했고. 굉장히 기분 좋을 것 같아요.

엄청나게 운이 좋았죠.(웃음) ‘그거너사’ 오디션에 합격됐다했을 때 와 닿지 않았어요. 그냥 감사하다고만 생각하고 있다가 대본 리딩 현장에 가서 실감했던 것 같아요. 또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도 갖게 되었고요.

Q. 그럴 것 같아요. 또 긴장감도 상당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처음이라 걱정도 되고 긴장도 됐죠. ‘이렇게 연기를 하는 거였나?’ 혼란도 왔고요. 그렇게 긴장한 상태로 오디션장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문득 창밖을 봤어요. 근데 갑자기 ‘어차피 안 붙을 건데 뭐. 차라리 그 상황을 즐기면서 최대한 내 모습을 보여주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께 처음 인사를 드리는 자리에서 원래는 ‘안녕하세요’라고 단정하게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안녕하테요’하면서 되게 재밌게 오디션을 즐기고 왔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감독님이 저의 그 밝은 모습을 좋아해주셨더라고요.(웃음)


Q. 지금 (홍)서영 씨는 이제 연기를 선보여주고 있는데 (채)유나는 이미 한물간 톱스타였잖아요. 느낌이 좀 이상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전 이제 시작이고 채유나는 내려가는 입장이니까 중간이 비잖아요. 이걸 어떻게 채울지 고민을 많이 했죠. 우선 공통점을 찾는 게 빠르다고 판단해서 생각해보니까 채유나나 저나 목적지는 같다는 거예요. 둘 다 원하는 음악이 있고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그 어떤 무언가? 극중에서 채유나가 퇴물취급을 받지만 (채)유나는 아직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시작하지 않았잖아요. (채)유나는 퇴물취급을 받을 때마다 속으로 ‘난 이제 시작인데?’하는 그런 절박함이 있거든요. (그 감정이) 지금 시작하고 있는 저한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완전 흠뻑 젖어서 연기했죠.

Q.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음... 조금 있었죠.(웃음) 뮤지컬은 슛이란 게 없기 때문에 그냥 쭉 이어가면 되거든요. 근데 드라마는 감정을 계속 끊어가면서 그 과정들을 반복해야 하잖아요. 감정을 털어내는 시간이 필요한데 없으니까 그 과정들이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들은 엄청난 초집중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 같아요.

Q. 극중에서 이현우 씨와 연인으로 호흡해본 느낌은 어땠나요?

(이현우) 오빠랑 첫 촬영 날 서로 풋풋했던 시절을 연기하는데 감독님이 “이거 잘 찍어야 돼~ 너희 처음이자 마지막인 애정신이야” 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에) 전 그냥 웃고 넘겼거든요. 근데 정말 처음이자 마지막이더라고요. 어찌나 서로 싸우면서 물고 뜯던지.(웃음) 아쉬웠어요. 애정이 가득했던 커플의 모습으로 보여줬다면 좋았을 텐데...(웃음) 다음 작품에서는 (이현우) 오빠가 후배로 나오고 제가 선배로 나와서 로맨스를 보여줬으면... 부끄럽네요.(웃음)


Q. 로맨스 이야기가 나오니까 궁금하네요. 실제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배울게 있는 사람이요.(웃음)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야’ 이렇게 하기 보다는 그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서 보고 확 느낄 때 있잖아요. ‘어떻게 저 사람은 저런 상황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할까?’ 이런 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이상형인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손발이 커야 해요. 어깨도 넓어야하고.(웃음) 그렇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손발이 크기 때문에.(웃음)

Q. 원래 꿈이 연기 쪽이었어요?

전혀 아니었죠. 갑자기 동요 중에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이 노래가 생각나네요.(웃음) 이렇게 될지 정말 몰랐어요. 어릴 때 막연하게 운동이나 그림을 할 줄 알았어요. 근데 어느 날 노래만 생각해도 놀이기구 타는 것처럼 막 간질간질하는 거예요. ‘노래를 해야겠다’ 생각했죠. 그래서 예술고등학교 실용음악과로 입학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친구가 한 달만 연기학원을 같이 다니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제가 제일 열심히 다녔어요.(웃음)

Q. 노래와 연기. 둘 중 어떤 게 더 좋나요?

이 질문 요새 정말 많이 들었어요.(웃음) 너무 신기했어요. 뮤지컬이란 게 연기고 노래잖아요. 어떻게 보면 많은 분들이 노래하는 극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연기 안에 노래가 있는 거거든요. 연기를 하다가 (감정이) 복받쳤을 때 노래를 하는 거라서 뮤지컬 하시는 분들이 이 질문을 들으시면 ‘그게 무슨 말이지?’ 하실 거예요.

저는 이 두 개 모두 너무 좋아서 꼽을 수가 없어서 뮤지컬을 한 거거든요. 연기도 우리의 일상이고, 노래는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정말 쿵이 있으면 짝이 있는 느낌이라서 ‘쿵짝쿵짝’이기 때문에.(웃음)


Q. 두 가지 모두 좋아하는 홍서영에게 뮤지컬은 행복 그 자체였을 것 같네요.

네. 배운 것도 너무 많았어요.(웃음) 근데 제 자신에게 속상했던 것도 있었어요. 제가 낯을 가리고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라서 뒤늦게 배우 분들이랑 친해졌거든요. 그때 서로의 호흡에서 시너지 효과가 확 나는 거예요. 더 빨리 친해졌더라면 더 많은 좋은 연기들을 관객 분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후회가 많이 됐었어요. 그래서 ‘그거너사’ 오디션에 붙었다고 했을 때 ‘좋아 그러면 이번엔 얼굴에 철판 깔고 부끄럼 없이 내 모습을 다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하다보니까 지금은 이게 제 성격이 된 것 같기도 해요.(웃음)

Q. 앞으로 어떤 역할 해보고 싶으세요?

이번에 채유나 역을 맡았을 때 너무 안 맞을 것 같았어요.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내 색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했어요. 채유나가 좀 센 캐릭터로 나오잖아요. 심적으로 힘들어서 다음 역할로는 채유나와 완전 반대되는 역할을 해보고 싶은데 또 해보고 싶기도 해요. 센 캐릭터라고 해서 똑같은 채유나가 아닐 거 아니에요.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 미묘한 차이까지 잡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구분하지 않고 어느 역할이든 다 좋아요.(웃음)

Q. 같이 호흡해보고 싶은 배우는요?

이번에 ‘그거너사’로 같이 출연했던 박지영 선배님이요.(웃음) 너무 멋있는 분이세요. 다음 작품에서 이번처럼 연기했다면 아마 혼날지도 몰라요. 이번에는 제가 처음이니까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친절하게 해주셨거든요. 제가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해서 다시 한 번 같이 연기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하는 동안 홍서영 특유의 애교와 웃음이 가득했던 이날, 유난히 지난 날 들이 떠올랐다. 살아오는 동안 과연 상처와 타인들의 시선 앞에서 당당히 부딪혀본 적이 있었을까 싶다.

‘채유나’를 ‘순간’이라 정의한 홍서영. 지나간 상처들을 되새김질하며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은 그의 다음 ‘순간’은 어떠한 모습으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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