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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사건 여배우, 피해보상도 거부" 영화계 폭력 뿌리 뽑힐까

입력 2017-08-08 12:59:27 | 수정 2017-08-08 17: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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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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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세계적 거장의 폭행, 그리고 베드신 촬영 강요. 충무로 초유의 사태에 여성계, 영화계, 법조계가 반기를 들었다.

전국영화산업노조 및 146개 단체는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여배우 A씨에게 폭언과 모욕,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상대 배우 성기를 직접 잡게 하는 행위'를 강요한 김기덕 감독에 대한 기자회견을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열고 사건 경위와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여배우 A씨의 변호인 서혜진 변호사,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 대표,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채윤희 여성영화인모임 대표, 박재승 찍는페미 대표, 이명숙 변호사(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김기덕 사건 공대위 측은 "단순히 한 명의 영화감독과 한 명의 여배우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며 "영화감독이라는 우월적 지위와 그가 절대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촬영 현장을 비열하게 이용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여배우 A씨는 2013년 '뫼비우스' 촬영 당시 엄마 역할로 캐스팅된 배우 A씨가 분량의 70%를 촬영한 상태에서 김기덕 감독에게 따귀를 맞는 등 폭행과 폭언, 합의되지 않은 장면을 촬영한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영화를 중도 하차하고, 배우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올해 1월 영화인 신문고 제도를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의 도움으로 지난 7월2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김기덕 감독을 강요, 폭행, 모욕,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3일 언론에 보도된 후 여배우 A씨가 4년이 지난 일을 형사고소한 데 대해 각종 추측이 잇따랐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에게 왜 가만히 있다가 지금에 와서 이야기하냐고 묻는다. 결코 이 분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당시에도 상담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상담 및 진정을 했다. 하지만 어디서도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고 고통과 분노를 다독여왔다"라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는 "당시 사건화시킬 수 있었으면 묵혀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위계가 있는 구조에서 본인이 당한 사건의 내용을 발고하기 어렵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 지위의 차이 때문에 입을 다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라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성폭력 피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명숙 변호사는 "피해자가 만난 변호사 중 이런 문제를 잘 알기 때문에 고소하지 말라고 하는 분도 있었다"라며 "여러 군데 이야기해도 부정적인 답이 돌아오고, 무고죄에 대해 겁을 줬기에 용기를 낼 수 없었다"라고 거들었다.

이어 "피해자는 돈 때문에 그런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면서 피해보상 또한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김기덕 고소 여배우 측 기자회견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공정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기사 이미지 보기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김기덕 고소 여배우 측 기자회견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공정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2009년 고 장자연 사건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연예계의 뿌리 깊은 문제"라며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센터 상담자 중 감독에 의한 성폭행을 비롯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를 여배우들이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알리고 싶어도 촬영 현장에서의 협박에 의해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렵게 고소를 하고 재판을 받더라도 영화, 연예 산업은 특수하다는 인식을 가진 재판부에 의해 폭언, 폭력을 동반한 연출은 제대로 처벌받지 못한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지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사실적인 화면이 영화를 만드는 최고의 미덕이 되고 만드는 과정에서 폭행이나 강요가 발생해도 감독의 연출의도라는 말에 가려지고 있다'라며 "영화는 사람에 대한 기록이었다. 사람의 일을 다루려면 같이 일하는 사람의 이해가 우선시되어야 하는데 김기덕은 영화를 만드는 기본적인 태도를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문정 상임대표는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폭력이 동반된 연출은 영화가 아니다"라며 "감독은 맞는 장면을 찍기 위해 배우의 동의 없이 실제로 때려서는 안 된다. 성폭력 장면을 찍기 위해 현장에서 성폭력을 지시해서도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폭력으로 연출된 영화를 단호히 거부한다"라며 "앞으로 이렇게 찍힌 영화는 절대 보지 않을 것을 밝히는 바이다"라고 전했다.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영화계 내에 연출이나 연기 또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끊어내고, 폭력을 연출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라며 "이 사건을 지속적으로 주목하여 영화계, 나아가 연예계 전반에 만연한 인권 침해의 문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오늘부터 다음달 7일까지 여성아동인권센터에 영화계 및 문화예술계 성폭령 등 인권침해 신고를 받기로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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