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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초등생 살해' 공범, 살인방조→살인죄 적용…무죄 가능성 커졌다?

입력 2017-08-14 17:17:26 | 수정 2017-08-14 17: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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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들이 본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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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8세 초등생 여아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여고 중퇴생 김 양(17)과 김양으로부터 시신 일부를 건네받아 유기한 재수생 박양(19)은 결국 같은 죄명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지난 10일 박 양의 공판에서 '서로 치밀하게 계획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허가하면서 기존의 살인공모 혐의가 아닌 살인 공동정범으로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박 양의 혐의를 '시신 유기 및 살인 방조'에서 '시신 유기'는 유지한 채 '살인'으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검찰 측은 박 양이 사건 발생 전부터 김 양과 수차례 통화한 내용과 휴대전화 메시지, 역할극 등에서 나눈 대화들이 사전모의가 없었으면 나올 수 없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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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김 양은 재판 과정에서 "박 양이 시켰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것을 인정했고 증인으로 나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가 "전화상으로는 역할극을 하지 않는다. 들어본 적도 없다"는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공소장 변경을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살인방조가 아닌 살인으로 기소? 검찰과 박양 변호인단이 짜고치는 고스톱이다", "만일 증거부족으로 살인 입증 못하면 박양이 무죄 받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더 무거운 벌을 내리려고 살인방조가 아닌 살인죄로 기소했는데 오히려 완벽히 입증 못함으로써 무죄를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네티즌의 우려.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인천 초등샐 살인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는 법조인들에게 박양이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직접 물어봤다.


◆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피해자 측 김지미 변호사 "무죄 가능성 없다"

살인공동정범으로 죄명이 변경됐는데 공동정범은 실행 계획 자체를 같이 세우고 범행 계획을 같이 짜면서 실행행위만 김양이 한 경우를 말한다.

검찰 측은 방조를 예비로 남겨두지 않고 살인죄로 바꿔버렸으니 만일 재판부가 이정도 가지고 정범은 아니다 라고 판단하면 당연히 무죄가 될 수 있다. 범행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소사실 인정'이라는 판례가 있다.

쉽게 얘기해 방조는 큰 범죄인 살인 안에 포함된다는 말이다. 큰 죄로 기소했지만 살인은 인정이 안될때 작은 범죄인 방조는 직권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 양이 설령 살인정범 인정이 안된다 하더라도 재판부 직권으로 방조는 인정할 수 있다.

방조가 인정되는데 정범까지는 인정이 안된다고 무죄를 내릴 경우 국민 감정에 반할 수 있지 않나.

정범도 아니고 방조도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 무죄가 될 수 있지만 지금 증거만으로도 살인에 기여한바가 없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무죄가 나올 가능성 없다고 본다.



◆ 조기현 변호사 (중앙헌법법률사무소) "정의에 반하는 결정 나오지 않아"

검찰 측이 당초 살인방조범으로 기소했으나 공동정범으로 공소장이 변경됐다.

살인정범은 방조보다 더 중한 범죄지만 원칙적으로는 검찰 측이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재판부에 물었으니 살인죄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면 무죄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불고불리(不告不理)원칙이다. 검사의 공소제기가 없는 사건에 대하여는 법원이 심판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 절차의 원칙.

법원은 검사가 기소하여야 비로소 그 기소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심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검사가 기소한 범위 내에서만 심판을 할 수 있다. 즉, 기소한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있는 범위 안에서만 심판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불고분리 원칙 엄격히 적용하면 검사는 살인죄의 정범인지 물어봤으니 아니면 무죄해야지 살인방조범으로라도 유죄판결 내릴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검사는 중하게 처벌하려고 방조범에서 정범으로 바꿨는데 정범 입증못한다고 무죄나오면 국민들 법 감정에 반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박 양이 무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네티즌 지적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가지 놓친 점이 있다.

바로 '축소사실 인정'이라는 판례다.

중한범죄보다 가벼운 범죄에 대해서는 검사가 물어보지 않아도 법원이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살인정범으로 기소했는데 도저히 정범으로 볼 수는 없지만 방조죄로 처벌하는 것이 축소사실 인정이다.

박양이 재판과정중 처음부터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것 아니기 때문에 방조범으로 그동안 충분히 방어권 행사를 해왔다. 이럴 경우 축소사실 인정할 수 있다.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한 것은 잘한 일이다. 살인 정범 입증못한다고 해도 살인 방조범으로라도 처벌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무죄가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방조죄는 인정되는데 절차에 묶여 정의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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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법조인들은 '축소사실 인정'이라는 판례를 근거로 박 양의 무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박 양의 결심공판은 이달 29일 오후 2시, 김 양의 결심공판은 같은 날 오후 4시에 각각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김양은 지난 3월29일 오후 12시47분쯤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만난 초등학생 여아가 '엄마에게 전화할 수 있게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하자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트위터에서 만난 두 사람은 범행 당일에도 변장한 의상의 사진을 주고받으며 범행을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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