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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브랜드 집중탐구 "왜 한국엔 세계적인 디자이너 없을까"

입력 2017-09-05 16:38:33 | 수정 2017-09-05 16: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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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애 디자이너, '즐거움과 꿈 심어주는' 이탈리아 브랜드 집중탐구
밀라노의 문화, 사람들에 담긴 브랜드 철학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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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브랜드 철학(임종애. 부즈펌)





"디자인은 사용할 때도 볼 때도 즐거워야 한다."

차 안 가득 만화책을 싣고 다니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스테파노 조반노니의 말이다.

구찌,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라다, 베르사체, 모스키노,돌체&가바나….

수많은 명품 디자이너를 발굴해내는 디자인 강국이지만 정작 명품에 열광하지는 않는 나라 이탈리아.

그들의 생활 속에 녹아 있는 브랜드에는 어떤 철학이 담겨 있을까.

이탈이아에서 유학하다 그 매력에 빠진뒤 그들의 철학을 담아내기 위해 발로 뛴 임종애 디자이너가 두번째 이탈리아 서적 '이탈리아 브랜드 철학(부즈펌)'을 출간했다.

"스테파노 조반노니의 디자인에는 동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동물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의 유명한 디자인 중 하나인 '매직 버니'는 신사의 모자 안에 토끼가 빼꼼히 고개를 내민 모습을 하고 있죠. 호기심으로 가득 찬 동그란 눈의 토끼를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가 떠오르기도 한답니다."

임 작가는 "한국과 이탈리아는 같은 반도국가라는 공통점 만큼이나 감각이 닮아있다"면서 "트렌드만 강조하고 유행을 따르는데만 몰두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사람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의 작업이 가장 흔히 부딪히는 문제는 상업적인 문제다.

디자인을 할 때 '돈이 될만한 것을 생각해 달라'는 주문에 부딪히고 마진율을 먼저 따져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 외에 한국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탄생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줄리오 카펠리니라는 분이 있어요. 요즘 뜨는 이탈리아 디자이너는 모두 이분이 키우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 디자이너가 한국인을 키워보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어요. 자기 색깔을 못찾는다는 이유에서였죠."

임 작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바라보는 것과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적인 것은 다르다고 지적한다.

"국산 브랜드인 '뿌까' 캐릭터가 피렌체에서 인기가 많아요. 지나가는 사람들 붙잡고 물어봐도 다들 '뿌까'를 안다고 해요. 얼핏 보면 중국인형 같기도 한데 좋아하는 남자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아주 능동적인 캐릭터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국적인 걸 조선시대 패턴에서만 찾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보다는 정신적인 한국의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특히 우리나라 브랜드는 스토리텔링에 약하죠. 줄리오 카펠리니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디자인에 이야깃거리를 담지 않고 형태에만 몰두한다고 지적하시더군요."

드라마 '시크릿가든' 중기사 이미지 보기

드라마 '시크릿가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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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디자이너 중 프란체스코 빈파레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나온 소파로도 유명한 에드라의 플랫 소파를 디자인했다.

등받이가 사람 손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플랩 소파는 실용성과 감각을 모두 살린 제품으로 이성을 항햔 설레는 사랑의 감정을 디자인에 그대로 담아냈다.

이 회사의 신제품들은 늘 어린아이들에 의해 테스트된다.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그들은 '디자인에 문제가 있구나'하고 판단한다고 한다. 순수하고 상상력이 가장 풍부한 아이들의 만족도는 진정한 예술품으로 남고싶은 에드라의 신념에 꼭 필요한 요소다.

형태를 생각하기에 앞서 인간의 본성을 먼저 들여다보고, 재치있는 유머와 상상력을 제품에 녹여내는 것이 바로 이탈리아 브랜드의 힘이다.

"이탈리아에 유학가서 가장 힘들었던 건 발표 시간이었어요. 작업을 완벽히 준비해 왔는데도 교수 앞에 가면 말을 못하는 거에요. '하고 싶은 얘기가 뭐냐'고 지적당하고 얼굴 빨개져 들어오고. 제가 디자인에 담고자 했던 생각을 전달하기가 힘들더라구요."

임 작가는 이탈리아 브랜드의 강점을 기발한 창의력과 고정관념의 울타리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상상력이라고 규정했다.

"중세 로마시대부터 쌓아온 기술력 덕분인지 디자이너들이 공장에서 생각을 글로 적고 대략적인 스케치만 전달해도 디자인이 완성돼서 나오곤 해요. 제가 공부할 당시만 해도 30년만 지나면 한국이 이탈리아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어요. 이탈리아 사람들이 '카피를 잘하는 나라' 중 한 곳으로 한국을 꼽길래 발끈해서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는데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와보니 정말 카피를 잘하고 있더라구요.(웃음)"

다음달 이탈리아 방문을 앞두고 디자이너들을 위해 임종애 작가가 준비한 선물은 의외였다.

"잠실역에서 지긋한 할머니가 손뜨개로 수세미를 만들고 계셨는데 그걸 보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고추모양, 접시모양의 수세미 칼라감이 그 어떤 기념품보다 예쁜거에요. 한국적 감성이 담겼지만 고전의 틀에 갇혀있지 않은 것이 바로 이런거구나 싶었어요. 예쁜 선물상자에 포장해서 줄 생각입니다."

우리가 거창하게 디자인이라고 칭하던 작품들 뿐 아니라 일상속 디자인에서 느낀 것은 '언제나 디자인의 중심은 사람'이라는 진리였다. 이탈리아인에게 있어 디자인은 그저 삶의 소소한 일상이다. 식사의 즐거움, 시각적 즐거움을 주려는 노력은 그 브랜드 가치가 국가의 가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 임종애 작가가 꼽은 '이탈리아 브랜드 철학'이 담긴 작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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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드라-북극곰 소파
돌아누은 듯한 북극곰 쿠션 또한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어 가장 편한 자세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섹시한 곰의 뒤태가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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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알레시-토끼 이쑤시개 통
이상한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토끼같이 귀엽고 깜찍하다. 유럽에서 토끼는 행운을 상징한다. 귀를 잡아당기면 토끼가 이쑤시개를 내미는 것 같아 기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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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플로스-전등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의 대표적인 아르코Arco조명은 2미터 높이의 커다란 크기로 실내공간을 꽉 차게 만든다. 대리석과 조명을 연결하는 가는 선이 큰 아치를 이루며 조명을 붙잡고 있는 듯 보인다. “휘더라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이탈리아인들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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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메그-냉장고
피아트 소형 자동차 '친퀘첸토' 보닛 부분만 있는 100ℓ 용량의 음료수를 보관하는 냉장고. 제품의 보닛 후드를 누르면 냉장고 문이 열리며 자동차 계기판처럼 디자인된 전원, 온도조절 장치 등이 내장되어 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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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돌체앤가바나-시칠리아 섬의 전설 ‘무어머리 꽃병’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작은 꽃병에서 시칠리아의 많은 역사적 문화유산을 알 수 있다. 장인들은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을 한 테라코타 화병으로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전해지면서 여자들의 선망을 나타내고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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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장소 제공_청담 웰즈 WEL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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