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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형 안됐으니 후원금 돌려달라" 후원금 제도 악용하는 성폭력 가해자들

입력 2017-09-14 18:59:05 | 수정 2017-09-15 06:48:28 | 지면정보 2017-09-15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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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새 '감형용 후원' 100여건
한국여성민우회가 운영하는 성폭력상담소 후원 통장에 익명으로 900만원이 입금됐다. 거액 후원에 놀라 은행 측에 기부자 성명을 물었으나 “입금 고객이 원치 않아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로부터 1년 뒤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당시 기부자라고 밝힌 그는 “아들이 성폭력 가해자로 재판을 받는 중이어서 변호인의 안내로 기부했는데, 감형 수위가 낮으니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형용 후원’ 실태를 고발했다. 감형용 후원이란 성폭력 가해자 측이 감형을 노리고 후원하는 것을 말한다.

협의회 관계자는 “감형 목적의 후원 문의가 1주일에 두세 건이고 ‘후원했는데 왜 감형이 안 되냐’고 화를 내며 돈을 돌려달라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또 “변호인단에 의해 감형용 후원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며 “기부 내역을 재판부에 제출하라고 조언하는 성범죄 전문 변호사의 책이 버젓이 출판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국여성민우회 등은 후원을 받기 전 성범죄 재판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기부 예정자가 의도를 숨길 경우 확인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선량한 기부 활동을 저해할 뿐 아니라 활동가의 업무까지 방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를 맡고 있는 정수경 변호사는 “재판부가 피고인의 일방적 후원을 ‘반성’으로 인정하지 않아야 감형용 후원을 근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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