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웃음으로 끌어안은 아픈 위안부 역사… '아이 캔 스피크' 21일 개봉

입력 2017-09-17 18:00:49 | 수정 2017-09-18 01:42:07 | 지면정보 2017-09-18 A34면
글자축소 글자확대
기사 이미지 보기
전통시장에서 옷 수선가게를 하는 나옥분 할머니(나문희 분)는 세입자 동의 없이 상가를 재개발하는 것을 중단해달라고 구청에 민원을 넣는다. 유능한 구청직원인 박민재(이제훈 분)는 건설사를 지지하는 구청장에게 해결 방법을 귀띔한다. 구청이 건설사에 재건축 중단 행정명령을 내리고 건설사가 행정명령에 불복하는 소송을 걸면 구청장은 노력할 만큼 했다는 인상을 준다고 얘기했다. 재개발 자체는 법적 하자가 없어 건설사가 승소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구청은 최선을 다했지만 재개발을 막을 수 없었다고 민원인에게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에 이 조치는 구청장에게 역풍으로 작용한다. 할머니의 말 못할 사연을 알게 된 박민재가 소송 중인 상가를 철거할 수 없다며 세입자 보호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김현석 감독의 ‘아이 캔 스피크’(21일 개봉·사진)는 수많은 민원을 내는 바람에 구청직원들의 기피 대상이 된 할머니와 깐깐한 9급 공무원 간 코믹한 싸움으로 전개된다. 매일 고발장을 제출하는 할머니가 뜨면 구청직원들은 시선을 돌린다. 할머니가 영어를 배우려고 좌충우돌하는 모습도 코미디 영화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그러다 반전이 일어난다.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였고 일제의 만행을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제대로 증언하기 위해 영어를 배운다는 사실이 밝혀질 즈음, 웃음은 눈물로 변한다.

이 작품은 위안부 피해 실태를 영리하게 고발하는 상업영화다. 과거의 아픈 상처와 역사를 코미디에 실어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역사의 고통을 증언하거나 일본을 꾸짖는 딱딱하고 근엄한 상징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곁에서 웃고 우는 이웃으로 그려진다.

60여 년 만에 감춰진 진실을 공개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이웃들이 따스하게 끌어안는 장면도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이 장면은 오랜 시간 슬픈 역사를 외면해온 우리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을 만든다.

지난해 위안부 피해자를 다뤄 흥행에 성공한 ‘귀향’이 일본 군인들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면 ‘아이 캔 스피크’는 폭력 묘사를 거의 하지 않고도 아픈 역사를 고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 네이버 공유
  • 네이버 밴드

POLL

가상통화의 미래, 어떻게 생각하세요?

파리바게뜨에 5378명 직접 고용 명령,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포토슬라이드

HK여행작가 자세히보기 제6회 일본경제포럼 한경닷컴 로그인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