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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의 영화랑] '남한산성' 피 없는 삼배구고두례, 조선 흙냄새가 났다

입력 2017-09-25 18:53:53 | 수정 2017-09-26 0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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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수상한 그녀' 황동혁 감독 연출 영화 '남한산성'
"김훈 작가 원작 소설 충실히 담아"
"380년 전 역사 통해 현재 되돌아보길"

영화관은 그리 달라진 것 없지만 영화표 가격은 어느새 1만 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4인 가족이 주말 영화 나들이 한번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데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만 보나요. 캐러멜 팝콘도 먹고 싶고, 콜라도 먹어야 하니까요.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영화 선택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잘 빠진 예고편에 낚이는 일 없어야겠죠. 실패 없는 영화 선택을 위해 신작들을 만나봅니다. 당신(의 시간과 돈)은 소중하니까요. <편집자주>

◆ 남한산성 (The Fortress)
황동혁 감독|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 출연|드라마|10월 3일 개봉|139분|15세 관람가


'남한산성' 김윤석 이병헌 박해일 고수 조우진 박희순 /사진=최혁 기자기사 이미지 보기

'남한산성' 김윤석 이병헌 박해일 고수 조우진 박희순 /사진=최혁 기자


또 역사물이냐고요? 충무로 대표 배우 김윤석, 이병헌의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인생 연기를 볼 기회가 왔습니다. 김훈 작가의 동명의 대표 소설을 영화화 한 '남한산성'을 통해섭니다.

이 영화는 병자호란, 1636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청나라가 조선에 침입해 일어난 전쟁에서 임금 인조(박해일)을 둘러싸고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의 팽팽한 이념과 소신의 대립을 그립니다.

이야기는 후금이 국호를 청으로 바꾸고 조선에게 새로운 군신관계를 요구하면서 시작됩니다. 청의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이에 대한 조선의 조정은 결국 둘로 나뉩니다. 청과의 화친을 통해 후일을 도모하자는 주화파와 그리고 청과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자는 척화파로 말입니다.

인조는 척화파의 손을 들어 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청은 대군을 이끌고 조선을 침략해 이로써 병자호란이 발발합니다.

청이 순식간에 한양 근처까지 당도하자 인조는 강화도로 피신하려 하지만 길이 막혀 실패하고 결국 가까운 남한산성으로 몸을 피합니다. 하지만 추위와 굶주림, 군사적 열세 속에 청군에 완전히 포위되면서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에서의 47일을 보냅니다.

'남한산성'은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을 같았으나 이를 지키고자 했던 신념이 다른 두 신하 최명길과 김상헌을 중심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드라마틱하게 완성합니다. 총 11장의 챕터로 구성된 영화는 소설 한장, 한장을 읽듯, 날카로운 대사를 쏘아대며 관객에게 숨 쉴 틈 없는 몰입감을 부여합니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청과의 화친을 통해 후일을 도모하려는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과 청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고자 하는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의 날카로운 논쟁과 갈등은 옳고 그름을 넘어 '무엇이 지금 백성을 위한 선택인가'에 대한 고민과 화두를 던집니다. 감독이 가장 중점을 둔 지점이 바로 두 사람의 철학적, 사상적 대립입니다.

영화 남한산성 언론시사회 / 사진=최혁 기자기사 이미지 보기

영화 남한산성 언론시사회 / 사진=최혁 기자


황동혁 감독은 25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기획하면서 380년 전 역사와 현재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나는 생각을 했다"라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이란 생각도 드는데, 많은 분들이 보시고 현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습니다.

영화는 황 감독의 말대로 강대국의 압박에 무력한 조정과 고통받는 민초들의 모습을 보듬으며 절박하고 고단했던 날들을 묵묵히 눌러 담습니다.

특히 조선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꼽히는 인조의 삼배구고두례 (三拜九叩頭禮) 또한 과장되지 않은 필체로 그려냅니다.

황 감독은 인조가 삼전도 앞에서 피를 흘리며 삼배구고두례를 했다는 이야기에 대해 "어느 공식 기록에도 그런 이야기는 없다"라며 "'남한산성' 소설에도 나오지 않는다. 당시 임금의 수치심과 굴욕을 백성들이 전하면서 와전이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삼배구고두례는 신하가 청나라 왕에게 올리는 인사법으로 영화 '마지막 황제'의 마지막 장면에도 나온다. 드라마에서는 과장되게 나왔는데 피를 흘리는 방식과 같이 자극적으로 다루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소설 속에서 인조가 삼배구고두례를 하며 '조선의 흙냄새를 맡았다'는 구절을 보고 김훈 작가 특유의 힘 있는 문장과 생생한 묘사를 스크린에 옮겼다고 합니다.

조선 천민 출신 청나라 역관 정명수를 연기한 배우 조우진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라고 했는데 영화를 보고 솔직히 탁한 느낌을 받았다. 거울이 탁한 것인지 바라보는 우리가 탁한 것인지 그런 것을 고민해 볼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 '남한산성' 포스터기사 이미지 보기

영화 '남한산성' 포스터




한 줄 평 : '역사 스페셜' 같은 묵직한 무게감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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