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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재발견] (6.끝) 필름 카메라, 느리고 번거로운 그 매력

입력 2017-10-26 09:42:51 | 수정 2017-10-26 15: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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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완벽한 것을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

느리고 번거롭지만 특유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날로그의 매력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필름 카메라와 LP 레코드로 상징되는 아날로그의 부활. 그 실상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필름 카메라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이화동 한적한 골목에 자리잡은 오래된 사진관.

세월이 느껴지는 필름 카메라가 진열된 이 곳에 필름을 들고 찾는 사람들이 요즘 눈에 띄게 늘었다.

22년간 이 곳에서 꿋꿋이 사진현상소를 운영해온 홍기동 대표는 "2002년 디지털카메라 유행이 시작됐다. 이러다 5년 있으면 디지털카메라와 필름카메라의 비율이 5대 5정도 되겠구나 예상했는데 단 1년만에 디카와 필카 비중이 9대 1로 역전되더라. 디지털 카메라가 그렇게 빨리 대세가 될줄은 정말 몰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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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는 "운영이 어려웠지만 당시 디지털 기계를 구비하려면 억대 자본금이 들었기 때문에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갈아 탈 생각 안하고 겨우겨우 유지했다. 버티던 끝에 2005년 더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사진업계 떠나야 겠다 생각했는데 아내가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해 보라고 응원해줬다"고 회상했다.

한창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를 이어가던 그때 사진관을 찾는 이는 하루에 많아야 10명이었고 필름을 산다거나 여권사진을 찍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작년 7~8월 아날로그 열풍으로 필름 카메라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고객은 하루에 30명으로 늘어나더니 올 3월부터는 최대 70명에 달하게 됐다.

사라지는가 싶었던 필름 카메라, 어떻게 이렇게 화려하게 부활하게 된 걸까.

계동에서 카페&펍을 운영하는 전미희(29) 씨는 "요즘에는 다 휴대폰으로 찍으니 사진 현상할 일이 없지 않나. 여행도 좋아하고 사진찍기도 좋아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접한 풍경이 휴대폰에 있는 것보다 내 눈앞에 결과물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바에야 휴대폰보다는 필름 카메라로 찍는게 나을 것 같아 장만했다"고 말했다.

숙녀미용실 카페&펍 전미희 대표_사진 이미나기사 이미지 보기

숙녀미용실 카페&펍 전미희 대표_사진 이미나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면 필름을 사서 카메라에 넣고 사진을 찍은 후 스캔된 파일을 확인한 후 사진들을 골라내고 싸게 인화할 곳을 찾고 레이아웃을 정하는 등 사진을 손에 넣기까지 시간도 걸리고 번거롭기 그지 없다.

아버지가 쓰던 필름카메라를 물려받아 사용중인 정원대(22. 고려대) 씨는 "디지털 카메라로 연사로 찍어도 용량 없으면 지우고 찍으면 되지만 필름 카메라는 한 번 찍으면 되돌릴 수도 다시 찍을수도 없지 않나. 그래서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찍게 된다"면서 "주위에서 아날로그 감성의 앱을 이용해 사진들 많이 찍길래 진짜 필름 카메라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 시작해 봤다. 사진이 참 따뜻하고 인화하면 내 인생의 기록이 남은 것 같아 재미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정원대 _ 사진 이미나기사 이미지 보기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정원대 _ 사진 이미나



'아날로그의 반격' 저자 데이비드 색스는 폴라로이드 카메라 필름 제작사 담당자의 말을 빌려 "디지털 사진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게 실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진들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사진의 양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더 이상 가족 앨범은 없고 인화된 사진도 없다. 손으로 만지거나 흔들 수 있는게 없어지자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세대는 수십만 장의 사진을 찍게 됐지만 찍으면 찍을수록 사진이 더 무의미해지는 느낌이다. 사진은 온라인에 한 번 게시되면 그 뒤에 올라오는 디지털 정보에 의해 지워져 버린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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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희 씨 또한 "사진을 찍은 후 휴대폰에 보관하고 SNS에만 올리니까 따로 찾아서 보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사진을 인화한 후 얻게 된 가장 큰 재미는 앨범을 뒤져보며 새록새록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정원대 씨가 느낀 아날로그의 강점은 역시 소통이다.

"아버지가 이 1982년형 니콘 카메라를 사기 위해 당시 한 달치 월급을 털었었다고 하시면서 저에게 조작법을 알겨주는게 감회가 새롭다 하셨어요. 저는 필름 카메라를 태어나서 처음 만져봤거든요. 필름을 손으로 감다가 빛이 닿으면 손상되는걸 모르고 실수한 적도 있고요. 군대 다녀와서 아버지랑 할 얘기가 별로 없었는데 이런 시행착오 등을 겪다보니 아버지랑 대화가 많아지더라고요. '응답하라' 시리즈 보면서 부모님 세대랑 얘기할 수 있었는데 필름 카메라를 배우면서 부모와 대화할 거리가 생긴거죠. 공통관심사가 하나 더 생겼다는 점에서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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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디지털 세대에게 충격을 주며 존재감을 드러낸 필름 카메라.

아날로그적인 복고의 열풍 때문일까. 일부러 필름 카메라의 색감을 낼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까지 생겨났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깨끗하고 맑은 느낌을 내는 반면, 필름 카메라 앱으로 찍은 사진은 색 바랜 느낌이 난다. 게다가 사진인화를 하는 과정을 거치듯 찍고 3일이 지나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얼마나 불편한가. 하지만 유료인 이 앱은 카메라 부문 세계 35개국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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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미나

화제의 앱 구닥을 만든 스쿠루바의 조경민 마케팅 이사는 "예전 필름 카메라는 사진을 받아보기 전까지 어떤 사진이 나올지 몰라 기대하는 재미가 있었다. 디지털 카메라 세대는 사진을 찍는 행위에 가치를 크게 두지 않는다. 한 장 한 장 소중하게 사진을 찍고 그 설렘 끝에 사진을 본다면 마치 일상 또한 여행하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게 될거라고 생각했다"고 개발 취지를 밝혔다.

조 이사는 "구닥 앱의 주 타켓층은 대학생인데 필름 카메라를 본 적도 없는 중고등학생들에게도 인기다. 구닥은 사용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 목적이지 사진을 더 잘 나오게 하기 위한 보정 앱이 아니다. 필름 카메라에서만 구현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안좋은 요소일지라도 재현하려 애썼다. 구닥의 인기 덕분에 코닥 1회용 필름 카메라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빠르고 편리하지는 않지만 사진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설렘. 그 감성이 필름 카메라의 매력이라면 그 인기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까.

홍기동 대표는 "디지털이 깨끗하고 완벽하다면 아날로그는 뭔가 빠진 느낌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필름이라는 막을 투과하기 때문에 그 필터링을 통해 뭔가 사라진 느낌, 그 90%정도되는 느낌이 소비자들이 볼 때는 100이 아니라 더 사람냄새가 난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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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필름카메라 시장에 반응하는 소비자들은 과거의 향수나 옛 것에 대한 고집 때문에 필름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다. 아날로그 카메라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20대들이 난생 처음 셔터소리를 들어보고 카메라를 사고 있다.

디지털 사진의 급속한 성장은 필름 카메라의 장기적인 성공에 오히려 도움이 됐다. 디지털 사진의 성장으로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젊은 층이 필름카메라로 시선을 돌리게 됐기 때문이다.

완벽함과 속도가 디지털의 영역이라면 정서과 관련된 모든 단어는 아날로그의 영역이다.

추억, 따뜻함, 대화, 소통을 추구하는 이들이 있는 한 아날로그는 그렇게 꾸준하게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영상 문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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