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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엄마 현실 육아] (8) 나는 오늘 몇 점 짜리 엄마였을까

입력 2017-11-01 11:40:29 | 수정 2017-11-01 11: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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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부서에서는 야근이 잦았다. 업무 특성상 잡지 마감 시즌 일주일 정도 야근은 기본이었고 때에 따라 마감과 회사 주관 행사 합숙이 겹치면 2주 동안이나 아이들 얼굴을 보지 못했다.

회사 일은 재미있고 하루하루가 보람찼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편집장이자 두 아이의 엄마였던 내게 현실은 가혹했다. '아이를 잘 키우는 법', '아이 정서지능 높이기', '놀이도 교육이다' 등의 육아 기사를 매일 쓰는데 정작 내 아이들은 잠들기 전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당시 여섯 살이 돼 가던 딸은 부쩍 틱 증상이 심해졌다. 처음에는 눈을 깜빡깜빡하는 정도였는데 좀 나아졌다 싶다가 좀 지나서는 음성틱으로 발전해 갔다.

옆에서 듣고 있는 사람까지 목이 칼칼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하루 종일 ' 흠! 흠' 헛기침을 해대는데 정말 듣고 있기 힘들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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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자기 증상을 잘 못 느끼고 '눈 깜빡이지 마', '기침하지 마' 지적을 하면 스트레스로 인해 더욱 심해지는 것이 틱이라고 했다.

병원에도 가보고 아동 발달 심리센터도 가 봤지만 지적하지 말고 모르는척 하는 것 외엔 엄마로서 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가 하루 종일 헛기침을 할라치면 시어머니는 "애가 엄마 사랑을 흠뻑 받으며 자라야 하는데 네가 맨날 늦게 오니 엄마 사랑이 부족해서 저러는 거다"라고 걱정하셨다.

아이가 감기에 자주 걸리면 어릴 때 갓 만든 따뜻한 이유식을 먹었어야 하는데 냉동해뒀던 이유식을 해동시켜 먹고 자란 탓이라고도 하셨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아이가 이유식 먹을 즈음 복직을 한 나는 매일매일 이유식을 만들기 어려웠고 그때는 배달 이유식은 생각도 못했던 때라 한 번 이유식을 만들 때 한솥 가득 끓여 중간중간 재료를 하나씩 추가해가며 다양한 식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5일 치를 일회분씩 용기에 담아 냉동하고 데워먹이곤 했기 때문이다.

물론 시댁에서 워킹맘의 형편을 잘 이해해주시고 아이 육아 대부분을 지원해주시는 고마운 상황이었음에도 '제 발이 저리다'는 말마따나 그 악의 없이 아이 걱정하는 얘기들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후벼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거 맞나? 난 몇 점짜리 엄마지?'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을 잘 해내고 책임감 있는 직장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은 욕심 많은 워킹맘의 일상은 고달팠다.

내가 지금 직장을 다니며 이렇게 열심히 일해온 성과를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 후회하기는 싫었다. 그렇다고 아이의 어린 시절은 한 번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데 허송세월할 시간도 없었다.

피로회복제, 홍삼, 비타민음료 등 먹어가며 주말 내내 항상 아이들과 가까운 공원에 놀러 가서 밤이 될 때까지 놀았다. 집에 있을때는 TV 켜지 않으려 노력하며 숨을 곳도 없는(?) 집에서 매일 어디있는지 몰라 답답한 척 숨바꼭질을 했으며 자기 전에는 책 5권 이상 읽어주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엄마들이 아이 앞에서 행복하려며 자존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에게 항상 미안하고 죄를 짓는 기분인데 아이가 일하는 엄마를 좋아하고 행복할 리 없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잠들기 전 엄마가 퇴근해서 오면 "책 읽어달라"고 성화였지만 이렇게라도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게 행복이다 생각하며 목청이 터져라 토끼가 됐다가 호랑이가 됐다가 신나게 읽었다.

책 읽어주기와 아이에게 주말 올인을 실천하다 보니 조금은 '이 정도면 나는 꽤 잘하고 있는 거야' 위안 삼을 수 있게 됐다.

언젠가부터 전화번호 누르는 법을 터득한 딸은 회사에 있는 내게 자꾸 빨리 오라 전화를 한다.

재촉한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에도 지장이 생겨서 "엄마 힘들게 하면 금방 할머니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더니 그날은 퇴근독촉 전화가 뚝 끊겼다.

밤 10시에 귀가했는데 문 앞에 선 아이가 "엄마!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야 오는 거야?" 하고 원망 가득한 눈으로 쳐다본다.

'아 나도 빨리 퇴근하려고 바쁘고 힘들었지만 너도 엄마한테 전화하고 싶은 거 참느라 힘들었구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자려고 누운 딸이 내게 묻는다.

"엄마는 몇 살이야?"
"응~~엄마는 서른일곱!"
"난 다섯 살인데...난 어떻게 하면 엄마처럼 돼?!"
"너도 32년 있으면 서른 일곱 살 되고 멋진 어른 될 거야"
"와~~~~32년 지나면 내가 엄마랑 친구된다!"

'얘아 너 서른일곱 되면 난 할머니 된단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감수성 예민한 딸이 슬퍼할까바 그냥 웃고 말았다 .

예전에 울 엄마가 '너랑 똑같은 딸 낳아봐라' 하시더니 정말 엄마 노릇하는 건 이렇게 힘들구나.
?
그래도 누가 '그 정도면 잘하고 있네. 힘내'라고 하면서 손 등에 '참 잘했어요' 도장 한 번 꾹 찍어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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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네이버 맘키즈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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