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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노래하다' 지체장애 극복하고 '오케스트라의 신바람' 무대 오르는 전지원

입력 2017-11-08 15:07:21 | 수정 2017-11-09 10: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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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때까지 말을 못했고 울때면 눈을 감고 2~3시간씩 울었어요. 아이와 눈을 맞출 수 있어야 달래기도 하잖아요. 주위에서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아동병원을 찾아갔는데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진찰실 문을 넘기도 전에 '자폐네요'라고 진단하셨죠. 그 정도로 아이가 산만했어요. 남편은 '어떻게 의사가 진찰도 안해보고 저렇게 말할 수 있느냐. 다른 병원으로 가자'고 화를 냈지만 그날부터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광림 사랑나눔중창단에 소속돼 성악가로 활동중인 정신지체3급 전지원(28) 씨 어머니의 인생도 3살 아들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순간 180도 바뀌었다.

"혼자 있는 시간 스스로 생각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더 바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언어치료, 음악치료 등 특수교육기관을 찾아다니느라 제가 늘 바쁘니까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딸은 이웃집에 가서 '엄마가 또 없어요. 라면 좀 끓여주세요'라고 말할 정도였죠. 지금 생각하면 정말 미안하지만 알아서 잘 커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다니던 교회에서 "지원이가 노래를 잘한다. 가르쳐보라"고 했지만 '말도 못하는데 그럴리가'라고 생각하며 흘려들었다.

"누나가 피아노를 치다가 나갔는데 지원이가 앞에 앉더니 누나가 쳤던 곳을 그대로 손가락으로 치는 거에요. 음악하시는 분께 데려갔더니 '절대음감'이 있다고 해서 그때 소질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전지원 씨는 지금도 매주 2번 이상의 노래 레슨과 연습을 하고 일요일에는 교회에서 성가대로 활동한다.

4명의 멤버가 활동하는 합창단 활동을 하기 위해 오카리나 레슨도 받고 매일 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노래를 연습한다.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소울 플레이어 전지원(테너)기사 이미지 보기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소울 플레이어 전지원(테너)



"전혀 남과 소통이 안되고 통제도 안되던 아이였는데 합창단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일어났어요. 한 친구가 연습하는데 방해하니까 빨리 노래를 부르고 싶었던지 그 친구의 손을 잡고 끌고 오더라구요.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들이 전부 놀랐죠."

악보를 익히고 악기를 배우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노래를 부르는 순간 지원 씨는 누구보다 집중했고 즐거워했다.

전지원 씨는 2014년 장애인 인식개선 운동 초청공연을 비롯해 2016년 사랑나눔중창단 미니콘서트 등을 통해 무대 경험도 쌓았다.

올해 4월에는 국군 5사단 진중공연 무대에서 멋진 곡을 선보였으며 오는 13일에는 금난새가 지휘하는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무대에 서게 됐다.

"말을 하지 않으니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없어 함께 길에서 2시간씩 울며 세상을 원망하던 때도 있었어요. 무대에 서서 노래하면서 박수 받는 것을 정말 신나하는 지원이를 보면 세상에 참 감사한 분들이 많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됩니다. 지원이 노래를 듣고 다른 분들도 행복해지고 하루하루가 감사하다는 생각이 잠깐이라도 든다면 좋겠습니다."

베이스 성악가 서준호 씨는 장애를 딛고 성악가의 꿈을 키워가는 소울 플레이어 전지원 씨와 최문영 씨를 위해 약 2달간 성악레슨을 자청했다.

서준호 씨는 "저도 20살때 교통사고로 목이 부러져 대 소변도 가릴 수 없는 전신마비가 됐었다. 다시는 무대에 설 수 없을지 모른다는 좌절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재활한 끝에 신경이 회복돼 한달 만에 걸어 퇴원하는 기적을 이뤘다"면서 "장애를 가진 소울플레이어들 레슨을 하게 됐을때 감정교감 까지는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뚯밖에 음악으로 서로 소통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즐겁고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지원 최문영 두 명의 소울플레이어들이 피 땀 흘려 연습한 무대인 13회 오케스트라의 신바람(한경닷컴 주관)은 오는 13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금난새 지휘자의 연주와 함께 펼쳐질 예정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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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한경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경제와 문화의 가교’ 역할을 자임해온 한국경제신문의 새로운 시도로서 2015년 창단됐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지휘자’ 금난새를 초대 음악감독으로 초빙, 단원선발과정에서부터 오케스트라 합주 오디션을 실시하는 등 신선한 시도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예술적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넘치는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단원들의 자유로운 열정을 장려하며, 다양하고 유연한 활동을 통해 청중들에게 음악의 감동과 기쁨을 선물하는, 우리 사회에 푸른 숲과 같은 싱그러움을 더하는 예술단체로 발전해나가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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