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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친구' 진경준·김정주 왜 뇌물 무죄?…"직무·대가 무관"

입력 2017-12-22 14:41:00 | 수정 2017-12-22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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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법원이 '20년 이상 친구'인 진경준(50) 전 검사장과 김정주(49) NXC 대표가 각종 금품을 주고받은 행위에 뇌물수수·공여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둘 사이에 오고 간 금품이 공무원인 진 전 검사장의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김 대표의 사업에서 진 전 검사장의 직무 범위에 속하거나 그를 통해 다른 검사에게 청탁을 부탁할 정도의 현안이 있다고 볼 상황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2005년 5월 김 대표에게 무상으로 빌린 4억2500만원으로 넥슨 주식 1만주를 산 혐의를 뇌물수수 및 알선뇌물수수 유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넥슨 명의의 승용차를 무료로 사용하고, 이 차량의 명의를 넘겨받는 데 필요한 비용 3000만원을 받은 혐의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1번의 가족여행에서 김 대표로부터 총 5000만원의 경비를 받은 혐의도 유죄로 봤다.

반면 대법원은 이 같은 금품을 진 전 검사장의 직무와 상관없이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이 단순한 호의관계에 따라 주고받은 것으로 인정했다. 두 사람은 고등학생 시절인 1985년 처음 만나 대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내면서 친구 관계를 유지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공무원의 뇌물수수죄 사건에서 '뇌물수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이익을 수수한 행위가 공무원의 직무나 공무원이 나중에 담당할 직무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왔다.

다만 장래에 담당할 직무에 속하는 사항이 수수한 이익과 관련된 것임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하고 추상적이거나, 장차 그 수수한 이익과 관련지을 만한 직무권한을 행사할지 여부 자체를 알 수 없다면 직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판례에 입각한 법리는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의 상고심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대법원은 "진 전 검사장이 장래에 담당할 직무와 관련되는 사건이 어떤 것인지 또는 과연 그러한 사건과 관련지을 만한 정도의 직무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 전 검사장이 받은 돈과 관련된 사건 내지 위 피고인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이 추상적이고 막연하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가 준 금품 등이 진 전 검사장의 당시 직무와 장래에 맡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또 김 대표가 다른 공무원에게 청탁해달라는 취지로 금품을 준 것도 아니라 막연한 기대감에 금품을 제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진 전 검사장이 이익을 수수할 당시 김 대표나 그가 운영하는 회사에 발생할 형사사건의 내용은 물론 실제로 형사사건이 발생할지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면, 김 대표로서는 진 전 검사장에게 잘 보이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에서 이익을 공여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진 검사장 역시 김 대표가 그런 기대감을 가질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수수한 것으로 보일 뿐,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과 관련해 수수했다는 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김정주가 진경준에게 이익을 처음 공여한 2005년 이후로 수차례 김정주 또는 그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넥슨이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았지만, 그 사안 자체로 범죄가 성립하기 어렵거나 매우 경미해 혐의없음 또는 각하 처분으로 끝나거나 소액의 벌금형을 받는 정도에 그쳤을 뿐 중하다고 볼 만한 사건은 없었다"며 뇌물·청탁이 필요한 '현안'이 없었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이 향후 열릴 파기환송심에서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검찰이 대법원의 판단을 반박할 만한 법리를 내놓지 못한다면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의 주요 혐의인 뇌물수수·공여는 이대로 무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진 전 검사장에 대해 1심이 선고한 징역 4년은 상당 부분 감형될 수 있다. 또 김 대표는 1심과 같이 무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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