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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기자의 알쓸커잡] 커피에 노른자 '탁'… 엽기 음료가 아닙니다

입력 2018-01-11 17:23:04 | 수정 2018-01-11 23:07:19 | 지면정보 2018-01-12 A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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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계란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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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사는 친구가 얼마 전 페이스북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커피에 계란 노른자를 타 먹는다며?”

이게 무슨 소린가요. 커피에 계란 노른자라니요. 쌍화차에 계란 동동 띄워주는 건 희미한 기억 속에 있지만, 커피에 계란을 넣는 장면은 ‘결코’ 본 적이 없습니다. 왜 갑자기 뉴욕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 걸까요. ‘라운드K’라는 뉴욕 엘런가의 작은 카페 때문이랍니다.

이곳 주인인 변옥현 씨가 작년 가을부터 에스프레소에 노른자를 섞고 크림을 올린 커피를 ‘코리안 에스프레소 드링크’ 메뉴로 팔고 있답니다. 살모넬라균 등을 걱정하며 격하게 혐오하는 사람, 의외로 맛있고 건강에 좋다고 칭찬하는 사람, 원조는 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라고 주장하는 의견까지. 커피 한잔 때문에 한동안 논쟁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누가 원조일까요. 한국에서는 1960년대 말 ‘쎄시봉’ 같은 음악다방이 유행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더군요. 원두커피에 계란 노른자를 넣어 휘휘 저어 먹는 게 멋이었다고 합니다. 추측하건대 한국인들의 식습관을 보면 진한 원두커피만 마셨을 때 속쓰림 등이 당연히 있었을 테고 이를 보완하려고 계란을 넣은 게 아니었을까요. 아니면 시커먼 커피가 쌍화차인 줄 알고 실수로 넣어 먹었는데 ‘멋있는 남자’ 콘셉트의 미련을 못 버리고 그대로 원샷에 마셔버렸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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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계란을 넣어 마시는 건 한국만의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북베트남에서는 커피에 계란을 넣어 거품을 내어 마시고, 인도네시아에서도 STMJ라는 커피 음료에 계란이 들어간다고 하는군요. 멀리 유럽 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와 커피 문화가 발달한 오스트리아에는 카페오레에 계란 노른자를 넣어 먹는 ‘샬레 골드’라는 커피 메뉴가 있습니다.

계란 커피 논쟁에서 가장 격하게 원조를 주장하는 곳은 스웨덴입니다. 커피 분말에 계란의 흰자 노른자를 다 섞은 뒤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계란 커피’가 이들의 전통적인 커피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스웨덴식 계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서울 동대문에서 시작해 신사동 등 몇 곳에 지점을 낸 스웨덴 커피 전문점 피카(FIKA)입니다. 스웨덴 왕실에 납품되는 최고 품질의 린드발 커피를 항공으로 들여와 커피를 내줍니다.

이 중 ‘스웨디시 에그커피’는 달걀 노른자와 칼루아, 커피와 우유를 섞어 먹는 정통 스타일 커피죠. 계란이 들어간 커피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처음엔 코를 막고 먹었는데 어머나. 요즘처럼 몸이 얼어붙는 추위엔 딱입니다. 단숨에 들이켜면 딱 좋을 정도의 알코올 도수와 고소한 맛이 몸을 금세 덥혀 줍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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