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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차’ 에이핑크와 225번의 앙코르 그리고 “행복한 순간” (종합)

입력 2018-01-13 12:07:01 | 수정 2018-01-13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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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핑순이’가 한파를 물리쳤다.

걸그룹 에이핑크(Apink)의 네 번째 단독 콘서트 ‘핑크 스페이스(PINK SPACE) 2018’이 1월12일부터 13일까지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됐다.

‘핑크 스페이스 2018’은 지난 2015년 1월 ‘핑크 파라다이스(PINK PARADISE)’를 시작으로 ‘핑크 아일랜드(PINK ISLAND)’ ’핑크 파티(PINK PARTY)’까지 세 번 연속 단독 콘서트 매진을 기록한 에이핑크 네 번째 핑크 콘서트다. 이번 콘서트 역시 팬덤 ‘팬더(PANDA)’ 대상 선(先)예매는 시작 3분 만에, 일반 예매는 1분 만에 매진을 달성했다.

공연 첫째 날 12일에는 프레스 초청이 이뤄졌다. 이와 관련 소속사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측은 보도 자료를 통해 “1월 콘서트에서 에이핑크는 8천여 명의 팬들과 만나게 됐다”라고 밝혔다. 2011년 데뷔 후 다년의 시간을 굳건히 버틴 에이핑크. 이날 여섯 멤버는 금요일 밤을 불사르기 위해 무대에 오른 듯 팬더와 열정의 시간을 보냈다.

인트로는 ‘크라이시스 온 어스(Crisis on Earth)’란 자막과 함께 시작됐다. 앞서 에이핑크는 우주복을 입은 완전체 에이핑크가 등장하는 단체 포스터와 개인 포스터를 공개했던 바 있다. 마치 영화 ‘아마겟돈’의 대원들처럼 우주선으로 발걸음을 옮긴 멤버들. 그리고 오하영, 정은지, 윤보미, 손나은, 박초롱, 김남주는 그네를 타고 내려와 ‘별의 별’을 불렀다. 팬들은 ‘스타’ ‘별빛이’ ‘눈부신’ 등의 단어가 나올 때마다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미니 6집 앨범 ‘핑크 업(Pink UP)’ 타이틀곡 ‘파이브(FIVE)’와, 데뷔 3주년 맞이 디지털 싱글 ‘굿 모닝 베이비(Good Morning Baby)’가 이어졌다. 그리고 여섯 멤버는 드디어 숨을 고르며 고유의 인사를 전했다. “안녕하세요. 에이핑크입니다.” 정은지는 “공기압 괜찮나? 여기는 팬 분들과 함께하는 우주선이다. 얼마 전 착륙했다. 우주선을 타고 여기에 착륙했다. 그래서 페스티벌이 열렸다”라고 이번 콘서트의 콘셉트를 관객에게 설명했다.

오하영은 ‘핑크 스페이스 2018’ 포스터 콘셉트를 자신이 제안했다고 밝혔고, 박초롱은 “여러분들께서 싫어하셔도 우리는 앞으로도 다양한 콘셉트를”이라며 고집을 드러냈다. 정은지는 “그동안 여러분들께 보여드리지 못했던 무대가 있을 것”이라고 팬더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2015년 MBC ‘일밤-진짜 사나이’를 통해 군대를 간접 경험한 윤보미는 “3초간 함성 발사하고 가겠다. 3초간 함성 발사”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러블리 데이(Lovely Day)’ ‘왓 어 보이 원츠(What a Boy Wants)’ 이후 인트로와 연계되는 중간 영상이 재생됐다. ‘출동 전 과거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는 물음을 던진 영상에서 박초롱은 “재계약을 했기 때문에 우리밖에 지구를 구할 사람이 없다”라는 말로 웃음을 모았다. 에이핑크는 지난해 5월 한 인터뷰를 통해 소속사와의 재계약을 알렸던 바 있다. 보통의 걸그룹이 겪는 ‘마의 7년’은 그들 것이 아니란 함의적 호들갑이었다.

중력 및 암흑 적응 훈련이 끝난 후 에이핑크는 여섯의 또 다른 감성 ‘섹시’에 집중한 무대를 꾸몄다. 검은색 의상의 에이핑크는 그룹 신화의 ‘와일드 아이즈(Wild Eyes)’ 무대처럼 의자를 도구로 ‘콕콕’을 전했다. 공연장 전체가 빨강으로 물든 ‘붐 파우 러브(Boom Pow Love)’에서 관객은 노래 제목을 어절 단위로 나눠서 ‘붐’ ‘파우’ ‘러브’를 같이 외쳤다.

멤버 손나은이 어떤 이유로 무대를 벗어난 ‘퍼퓸(Perfume)’ 무대에서 제일 돋보이는 것은 정은지의 성량이었다. 평범하게 부르는 듯 보이지만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를 압도하는 그의 성량은 ‘역시 정은지’를 속으로 되뇌게 했다.

금빛 폭죽이 터졌고, 중간 영상에서 여섯 멤버는 블랙홀로 떠나 과거의 에이핑크를 만났다. ‘따시녀 박초롱’ ‘춤과 분위기를 담당하고 있는 보미’ ‘에이핑크의 중심 손나은’ 등 옛 에이핑크는 저마다의 자기 소개를 2018년에게 전달했다. 이 가운데 윤보미는 “젊어지는 줄 알았는데 저 때가 훨씬 어리다”라는 말로 막내 오하영에게 상심을 안기기도.

멤버들의 솔로 퍼포먼스는 걸그룹 콘서트의 당연한 순서다. 시작은 박초롱과 윤보미가 열었다. 둘은 남성 듀오 량현량하의 ‘학교를 안 갔어’를 재해석했다. 은색 빛깔의 옷을 입고 덤블링을 한 두 사람은 국민체조가 연상되는 안무와, 전문성이 돋보이는 춤을 섞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혼자 웃음이 터진 박초롱의 모습은 ‘학교를 안 갔어’의 백미였다.

정은지는 가수 제시 제이의 ‘도미노(Domino)’를 커버했다. 솔로 가수 정은지는 발라드에 능한 가수지만, 이날의 정은지는 춤에도 능한 디바의 모습을 선보였다. 이에 박초롱은 “은지 양이 꼬불꼬불 춤 추는 것이 귀여웠다”라며 동생을 놀렸고, 정은지는 “진짜 도가니 아프다. 구두 신고 앉았다 일어나면 아프다”라고 안무의 고충을 팬더와 나눴다.

오하영은 가수 선미의 ‘가시나’를, 김남주는 티나셰의 ‘올 핸즈 온 덱(All Hands on Deck)’을 불렀다. 특히 보라색 구두와 보라색 치마 그리고 보라색 조명 아래에서 노래를 부른 김남주는 단체 무대보다 힘주어 노래 부르는 것으로 그가 긴장하고 있음을 취재진에게 간접 전달했다. 또한, 김남주는 “멤버들이 ‘보라돌이’라고 엄청 놀렸다. 사실 이 무대는 귀여우면 안 되는 무대였다”라며 관객에게 사심을 강요해 팬더를 웃게 만들었다.

솔로 무대 하이라이트는 손나은의 ‘뉴 페이스(New Face)’였다. 싸이의 ‘뉴 페이스’ 뮤직비디오에서 선배 가수와 함께 호흡을 맞춘 그는 빨간 원피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컴 온”이라는 추임새를 던졌다. 손나은은 숨이 차는 기색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연습량을 짐작케 했다. “끝난 줄 알았지?”라는 말로 암전을 걷어내는 재치도 선보였다.


밴드 소개와 미니 6집 앨범 ‘핑크 업(Pink UP)’ 수록곡 ‘좋아요!’의 무대가 끝난 후 여섯 멤버는 무술년을 화두로 꺼냈다. 김남주는 “무술년 개의 해를 맞아 달마시안 콘셉트 의상을 준비했다”라고 했고, 정은지는 “스물여섯에 이렇게 예쁜 강아지 옷을 입게 돼서 정말 행복하다. 정말 좋은 직업이다”라며 웃었다. 손나은은 “내가 개띠다. 올해 황금 개띠라고 들었다. 황금처럼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다”라고 에이핑크 넷째의 소망을 알렸다.

“저는 이제 스물넷이 됐어요. 네 살을 더 드신 분의 말씀을 들어볼까요?” 에이핑크 다섯째 김남주는 나이 이야기로 리더 박초롱을 도발했다. 박초롱은 1991년 3월생이다. 무술년 스물여덟이 됐다. 그는 “나이 이야기를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1년, 1년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만족한다. 추억이 28년 동안 쌓였다는 것 아닌가”라며 팬더에게 에이핑크를 키워달라고 부탁했다. 달마시안 의상을 입은 리더의 말에 관객은 환호했다.

정은지는 “이제 우리한테 제일 잘 어울리는 노래를 하겠다. 섹시는 볼 일 없으니까 안심하길 바란다”라며 미니 5집 앨범 ‘핑크 러브(Pink LUV)’ 수록곡 ‘천사가 아냐’를 멤버들과 함께 시작했다. 에이핑크는 계단을 올라와 그들을 손가락보다 작은 크기로 만나야 했던 2층 무대까지 아울렀고, 기자 옆의 한 팬은 “좋다. 좋은 시간이다”라고 나직이 말했다.

2028년, 2038년까지 팬더와 함께하고 싶다는 멤버들의 우주 셀프 카메라가 끝난 후 ‘아이즈(Eyes)’ ‘미스 유(Miss U)’ ‘꿈결처럼’이 계속됐다. 데뷔 1주년을 맞아 팬들을 위해 발표한 ‘4월 19일’ 공연 후 김남주는 “사실 리허설 하면서 (윤)보미 언니가 울었다. 리허설 하면서 우는 사람 처음 봤다”라고 알렸다. 더불어 에이핑크는 Mnet ‘엠카운트다운’으로 데뷔한 지난 2011년을 떠올리며 당시 공개 방송에 참가한 팬을 찾기도 했다.

“여러분께서 좋아하시는 세 곡만 모아놨습니다.” 암전 속에서 들리는 어느 멤버의 목소리 이후 에이핑크 최고 히트곡 세 트랙이 현장에 울려 퍼졌다. ‘러브(LUV)’를 부를 때 박초롱은 팬들이 가사 ‘L.O.V.E 러브’를 합창하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달립시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 ‘노노노(NoNoNo)’는 활짝 웃는 멤버들의 얼굴이 객석에 기쁨을 안겼다. 타 멤버 파트를 립싱크하는 윤보미의 ‘깨방정’은 기쁨뿐 아니라 웃음도 함께 전했다.

‘미스터 츄(Mr. Chu)’는 ‘핑크 스페이스 2018’ 콘서트의 화룡점정이었다. 이제껏 등장한 모든 종류의 폭죽이 ‘미스터 츄’의 무대를 포장했다. 또한, 연무와 어우러지는 레이저, 웃음을 잃지 않는 정은지, ‘에이핑크 영원히 사랑해 영원히 함께해 영원히 우리는 에이핑크’라고 외치는 팬더의 함성은 마지막 노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팬더가 에이핑크를 쉽게 보낼 리 없다. 기자가 손수 세어본 결과 약 225번의 앙코르 외침이 계속 됐고, 이에 후드 티와 치마 그리고 사람 머리 크기만큼의 리본으로 치장한 에이핑크는 ‘부비부(BUBIBU)’ 리믹스 버전과 ‘하늘 높이’를 앙코르곡으로 전했다.

“여기 ‘핑크 스페이스’ 우주잖아요. 우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념 촬영할까요?” 우주인 콘셉트를 주지시키는 김남주의 제안 아래 이뤄진 콘서트의 마침표 기념 사진 촬영 그리고 스물다섯 번째 곡이자 데뷔 5주년 기념 여섯 번째 디지털 싱글 ‘네가 손짓해 주면’의 무대와 함께 ‘핑순이’의 2018년 첫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에이핑크 네 번째 단독 콘서트이자, 여섯 멤버에게 네 번 연속 매진 기록을 안긴 ‘핑크 스페이스 2018’. “시차 적응”이란 정은지의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돌 정도로 우주인 콘셉트는 색달랐다. 다섯 곡의 커버 무대를 제외한 약 3시간 동안의 총 스무 곡 세트 리스트는 8년 차 걸그룹의 저력을 재확인시켰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완전무결은 아니었다.

손나은이 왜 ‘퍼퓸’ 무대에서 사라졌는지 에이핑크 멤버들을 끝내 관객에게 이유를 알리지 않았고, ‘4월 19일’ 무대에서는 귀를 자극하는 약간의 소음도 들렸다. 정은지는 “이게 라이브의 묘미”라는 말로 의상 교체 때문에 잠시 무대를 떠난 오하영을 변호하고, 또 관객에게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사소한 사고도 두세 번 누적되면 그것은 큰 문제다. 더불어 그네와 중앙 리프트 외에는 특별한 무대 장치가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동석한 취재진에게 ‘핑크 스페이스 2018’의 감상을 묻자 “팬 미팅 느낌이 강하다”란 답이 돌아왔다. 8년 차 걸그룹의 네 번째 단독 콘서트에서 묻어나는 가수와 팬덤 사이의 끈끈함에는 기자가 끼어들 수 없는 단단한 결합이 있었다.

윤보미는 ‘핑크 스페이스 2018’을 종합하며 “2018년 앞으로 힘든 일도 많겠지만, 그때마다 오늘의 행복한 날이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도 힘들 때마다 이렇게 행복한 순간 기억하면서 힘내겠다. 여러분도 오늘을 기억하길 바란다. 2018년 마지막 날까지 오늘을 기억하자. 사랑한다”라고 1월13일이 팬더의 비타민이 되길 희망했다.

‘이렇게 행복한 순간’. 소위 팬을 ‘조련’하는 걸그룹의 과장일 수도 있다. 윤보미 외에도 에이핑크 멤버들은 현장에서 에이핑크가 영원할 것이란 암시를 팬더에게 수차례 건넸다. 하지만 새삼 ‘러브’ ‘노노노’ ‘미스터 츄’를 부르며 웃음을 보인 박초롱, 정은지, 윤보미 등이 떠오른다. 얼굴에 화(和)가 가득한 그들에게는 팬과 혼연일체되는 그 순간이 분명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었다.(사진제공: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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