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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리에 평양서 北하키대표팀과 시합…'간 큰' 30대 미국인

입력 2018-02-10 12:38:36 | 수정 2018-02-10 12: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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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스타그램 캡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올리면서 미국에서는 지난해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해 북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시합을 하고 온 미국인이 화제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은 10일(한국시간) 지난해 3월 비밀리에 북한에 다녀온 카피라이터(광고 문안가)이자 음악가인 알렉스 프레콘(30)의 이야기를 다뤘다.

미국에서 북한은 자신들을 겨냥한 핵 실험을 일삼고 미국인 대학생(오토 웜비어)을 숨지게 한 잔혹한 국가로 인식돼 있다.

'북한에 가겠다는 미친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느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프레콘은 웃으면서 "그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고 답했다.

NPR에 따르면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누군가 '나랑 같이 북한에 가서 하키 할 사람 있어?'라고 올린 글을 봤다. 이 글이 유도하는 대로 클릭을 하자 캐나다에 기반을 둔 스포츠 여행 전문 기관으로 연결됐다.

알렉스와 해당 기관의 관계자는 무려 74개의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북한에 가서 상대할 대상은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라고 했다.

모험가 기질이 있는 '하키광' 프레콘은 고민에 빠졌다.

"하키를 하는 사람들은 대개 우스갯소리를 잘해요. 정감 어린 농담을 주고받죠. 북한에서는 유머가 없을 것 같았어요. 항상 요원이 따라붙어서 심문받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한편, 프레콘은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프레콘이 생각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자신이 북한에 있는 동안 북미 간에 정치적인 사건이 터져서 북한에 갇혀버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마음을 굳혔다.

프레콘은 "물론 북한이 아이스하키 세계 최강국과는 거리가 멀지만, 내 수준을 생각하면 그게 어디든 국가대표팀과 경기를 한다는 것은 일생일대의 경험"이라고 배경을 전했다.

북한에 간다고 하면 다리를 붙잡고 놔주지 않을 것 같아 가족이나 동료들에게는 중국에 놀러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경기 영상을 찾아봤다.

'해볼 만하겠는데?' 싶었다고 한다.

베이징을 거쳐서 평양에 간 프레콘은 자신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북한까지 온 17명의 이방인을 만났다.

빙상장에서 자신들과 시합을 앞두고 몸을 푸는 북한 대표팀을 본 프레콘은 유튜브에서 본 영상들이 얼마나 옛날 것들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정말 정말 빠르게 돌면서 몸을 풀더군요. 그러다가 누가 갑자기 '헛!'이라고 외치니 다들 기가 막히게 멈췄어요. 속으로 생각했죠. '우리 망했다'라고요."

예상한 대로 프레콘의 팀은 북한 대표팀한테 판판이 깨졌다.

프레콘 일행은 유명 관광지도 많이 둘러봤다.

혹시 곳곳을 영상으로 찍었다가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한 프레콘은 계속해서 허락을 구했고, 북한인 여행 가이드는 매번 "찍어도 돼요"라고 답하느라 나중에는 짜증을 내는 지경까지 갔다고 한다.

하루는 이 씨 성을 가진 여행 가이드가 대뜸 프레콘한테 "당신네 트럼프 대통령이 뭐라고 했는지 봤습네까?"라고 물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이고 말실수가 잦은 화법을 익히 아는 그는 '안 돼…. 도대체 또 무슨 말을 한 거야?'라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기우였다. 이 씨는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고 들었다'며 왜 그러는지 단순히 궁금해했다고 한다.

북한에서 한 마지막 시합은 친선 경기 형식이었다. 북한 선수들은 대표팀 유니폼을 벗고 친선 경기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그러자 북한 선수들은 돌변해 프레콘을 비롯한 이방인들을 아주 살갑게 대하면서 농담도 스스럼없이 건넸다고 한다.

북한 여행을 아무 탈 없이 마무리한 프레코는 베이징에 돌아가 부모님과 영상 통화를 했다. 간단한 안부 인사 뒤 프레코는 모든 사실을 실토했다.

"저 사실 일주일 동안 북한에 다녀왔어요"라고 털어놓자 부모님은 얼음이 됐다. 한참의 정적이 흐른 뒤 어머니가 내뱉은 말은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였다.

프레코는 "만약에 북한을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부모님과 사전에 충분히 의논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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